붉은거위 노트 (redgoose note)

시경(詩經) - 소아(小雅)

Nest
ETC
Category
Literature
Hit
140
Star
0

소아(小雅)는 주로 궁중에서 잔치할 때 부르는 노래이다.
그러나 제사 지내는 노래풍과 같은 민요도 섞여 있다.


1권 녹명지십(鹿鳴之什)

아(雅)와 송(頌)은 각 나라의 구별이 없으므로 열 편을 하나로 믂어 십(什)이라고 하였다.
원래 십(什)이란 군법에서 열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1. 녹명(鹿鳴)/사슴의 울음

잔치를 하며 좋은 손님을 접대하는 노래이다.
들에는 사슴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나를 찾아 온 손님에게는 음악을 연주하며 즐겁게 대접한다는 내용이다.
'젓대'는 피리인데, 특히 대금을 말한다.

-유유록명, 식야지평(呦呦鹿鳴, 食野之苹)

-아유가빈, 고슬취생(我有嘉賓, 鼓瑟吹笙)

기쁜 소리로 사슴이 소리내며,

들판의 쑥을 먹네.

내 반가운 손님 있어,

거문고 타고 생황을 부네.

-취생고황, 승광시장(吹笙鼓簧, 承筐是將)

-인지호아, 시아주항(人之好我, 示我周行)

생황 불며,

폐백 담은 광주리 받들어 바치네.

그 분 나를 좋아하니,

나에게 큰 길 열어주시네.

-유유록명, 식야지호(呦呦鹿鳴, 食野之蒿)

-아유가빈, 덕음공소(我有嘉賓, 德音孔昭)

기쁜 소리로 사슴이 소리내며,

들판의 다북쑥을 먹네.

내 반가운 손님 있어,

좋은 말씀 너무나 밝아서

-시민불조, 군자시칙시효(視民不恌, 君子是則是傚)

-아유지주, 가빈식연이오(我有旨酒, 嘉賓式燕以敖)

백성에게 후박한 마음을 보여주신다,

군자들도 본받고 우러르니,

내 맛있는 술 있어,

반가운 손님이 잔치하며 즐기네.

-유유록명, 식야지금(呦呦鹿鳴, 食野之芩)

-아유가빈, 고슬고금(我有嘉賓, 鼓瑟鼓琴)

기쁜 소리로 사슴이 소리내며,

들판의 금풀을 뜯네.

내 반가운 손님 있어,

거문고 타고 생황을 분다.

-고슬고금, 화악차담(鼓瑟鼓琴, 和樂且湛)

-아유지주, 이가악가빈지심(我有旨酒, 以嘉樂嘉​賓之心)

거문고 타고 생황 불며,

기쁘게 즐기네.

내 맛있는 술 있어,

잔치 베풀어 반가운 손님의 마음을 즐겁게 해 드리네.

  1. 사모(四牡)/네 필의 숫말

나라일로 먼 곳에 나간 아들이 부모님을 봉양하지 못함을 노래하였다.

이 노래는 나중에 사신을 위로할 때 쓰였다고 한다.

가리온말은 검은 갈기가 난 흰 말을 일컫는다.

-사모비비, 주도왜지(四牡騑騑, 周道倭遲)

-기불회귀, 왕사미고, 아심상비(豈不懷歸, 王事靡盬, 我心傷悲)

네 필의 숫말 끊임없이 달려도,

주나라로 가는 길은 멀리 돌아가는 아득한 길이니,

​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으랴마는,

나라 일이 끝나지 않아 내 마음 아프고 슬퍼라.

-사모비비, 탄탄락마(四牡騑騑, 嘽嘽駱馬)

-기불회귀, 왕사미고, 불황계처(豈不懷歸, 王事靡盬, 不遑啟處)

네 필의 숫말 끊임없이 달려도,

숨을 헐떡이는 검은 갈기 흰 몸을 한 가리온 말

​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으랴,

나라 일이 끝나지 않으니 너무 바빠 편히 쉴 곳이 없도다.

-편편자추, 재비재하, 집우포허(翩翩者鵻, 載飛載下, 集于苞栩)

-왕사미고, 불황장부(王事靡盬, 不遑將父)

훨훨 나는 것은 산비둘기,

날아오르다 또 내려오고,

새 순 돋은 상수리나무에 모여든다.

나라 일이 끝나지 않아,

너무 바빠 아버지 봉양도 하지 못하네.

-편편자추, 재비재지, 집우포기(翩翩者鵻, 載飛載止, 集于苞杞)

-왕사미고, 불황장모(王事靡盬, 不遑將母)

훨훨 나는 것은 산비둘기,

날아오르다 또 내려오고,

새 순 돋은 산버들 나무에 모여드네.

나라 일이 끝나지 않아,

너무 바빠 어머니 봉양도 하지 못하네.

-가피사락, 재취침침(駕彼四駱, 載驟駸駸)

-기불회귀, 시용작가, 장모래심(豈不懷歸, 是用作歌, 將母來諗)

저 네 필 말을 몰고,

나는 듯이 빨리 달려가네.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으랴,

이렇게 노래지어 어머님께 가리라 생각해보네.

  1. 황황자화(皇皇者華)/화려한 것은 꽃

임금이 사신을 보낼 때 부르는 노래이다.

은총이 말은 흰털이 섞인 거무스름한 말을 뜻한다.

-황황자화, 우피원습(皇皇者華, 于彼原隰)

-신신정부, 매회미급(駪駪征夫, 每懷靡及)

화려하도다, 꽃이여!

저 평원 진펄에 피었구나.

급히 가는 저 사신이여,

매번 닿지 못할까 걱정이로다.

-아마유구, 륙비여유(我馬維駒, 六轡如濡)

-재치재구, 주원자추(載馳載駒, 周爰咨諏)

나의 말은 망아지,

여섯 고삐에 윤기 돈다.

달리고 달려,

두루 묻고 찾아가리라.

-아마유기, 륙비여사(我馬維騏, 六轡如絲)

-재치재구, 주원자모(載馳載驅, 周爰咨謨)

나의 말은 털총이,

여섯 고삐 길로 꼬은 것 같네.

달리고 달려, 두루 묻고 꾀하리라.

-아마유락, 륙비옥약(我馬維駱, 六轡沃若)

-재치재구, 주원자도(載馳載驅, 周爰咨度)

나의 말은 가리온,

여섯 고삐가 옥처럼 빛난다.

달리고 달려,

두루 묻고 헤아려보리라.

-아마유인, 륙비기균(我馬維駰, 六轡旣均)

-재치재구, 주원자순(載馳載驅, 周爰咨詢)

나의 말은 은총이,

여섯 고삐가 이미 가지런하네.

달리고 달려,

두루 묻고 알아보리라.

  1. 상체(常棣)/아가위 나무

형제간의 우애를 읊은 노래이다.

또는 주공이 관숙과 채숙을 토벌하고 지은 노래이다.

-상체지화, 악불위위(常棣之華, 鄂不韡韡)
-범금지인, 막여형제(凡今之人, 莫如兄弟)

아가위 꽃,

꽃송이 울긋불긋 아름답구나.

지금 모든 사람들 중에,

형제 만한 사람 없다네.

-사상지위, 형제공회(死喪之威, 兄弟孔懷)

-원습부의, 형제구의(原隰裒矣, 兄弟求矣)

죽음의 두려움에,

형제가 서로 대단히 생각하네.

시신 쌓인 들판에서,

형제는 서로 찾아간다네.

-척금재원, 형제급난(脊今在原, 兄弟急難)

-매유량붕, 황야영탄(每有良朋, 況也永歎)

할미새 언덕에 있고,

형제가 위급하고 어렵네.

매번 좋은 친구 있어도,

하물며 긴 탄식만 하네.

-형제혁우장, 외어기무(兄弟鬩于牆, 外禦其務)

-매유량붕, 증야무융(每有良朋, 烝也無戎)

형제가 집안에서 서로 다투어도,

밖에서도 그 모멸을 막아주네.

매번 좋은친구 있어도,

정말이지 도와주는 이 없네.

-상란기평, 기안차녕(喪亂旣平, 旣安且寧)

-수유형제, 불여우생(雖有兄弟, 不如友生)

세상의 죽음과 무질서 다 평정되어,

안전하고 편안해지면,

비록 형제가 있어도,

친구보다 못하게 여겨지네.

-빈이변두, 음주지어(儐爾籩豆, 飮酒之飫)

-형제기구, 화악차유(兄弟旣具, 和樂且孺)

맛 있는 음식으로 너를 불러,

술을 물리게 마시며 즐긴다해도,

형제가 모두 모여야,

아이처럼 화락하고 또 사랑스러워지네.

-처자호합, 여고슬금(妻子好合, 如鼓瑟琴)

-형제기흡, 화악차담(兄弟旣翕, 和樂且湛)

아내와 자식들 잘 어울려,

금슬을 울리는 듯 하여도,

형제가 화합해야,

아이처럼 화락하고 또 즐거워지네.

-의이실가, 악이처탕(宜爾室家, 樂爾妻帑)

-시구시도, 단기연호(是究是圖, 亶其然乎)

그대 집안 질서를 잡고,

그대 처자가 즐겁게 해야 하네.

이것을 찾고 그것을 도모한다면,

진정 그렇게 될 것인가.

  1. 벌목(伐木)/나무치는 소리

친구들과 친척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벌이는 노래이다.

-벌목정정, 조명앵앵(伐木丁丁, 鳥鳴嚶嚶)
-출자유곡, 천우교목(出自幽谷, 遷于喬木)

쩡쩡 나무를 베어내고,

앵앵 새가 우네.

깊숙한 골짜기에서 나와,

높은 나무로 옮겨가네.

-앵기명의, 구기우성(嚶其鳴矣, 求其友聲)

-상피조의, 유구우성(相彼鳥矣, 猶求友聲)

그 소리 울림은,

짝을 찾는 소리로다.

저 새들을 자세히 보니,

벗을 찾는 소리로다.

-신이인의, 불구우생(矧伊人矣, 不求友生)

-신지청지, 종화차평(神之聽之, 終和且平)

하물며 사람이,

벗을 찾지 않을까?

조심하고 경청하면,

화락하고 평안해지리라.

-벌목호호, 시주유서(伐木許許, 釃酒有藇)

-기유비저, 이속제부(旣有肥羜, 以速諸父)

호호 나무베는 소리,

술을 잘 빚어 맛있구나.

살찐 양 있으니,

친척 어르신들 청하여도,

-녕적불래, 미아불고(寧適不來, 微我弗顧)

-어찬쇄소, 진궤팔궤(於粲洒掃, 陳饋八簋)

때맞춰 오지 않으셨네.

내가 살피지 않아서가 아니네.

아, 말끔이 쓸고 닦고,

여덟 그릇 음식을 차려 놓았네.

-기유비모, 이속제구(旣有肥牡, 以速諸舅)

-녕적불래, 미아유구(寧適不來, 微我有咎)

살찐 숫짐승 있으니,

인척 어르신들 청하여도,

때맞춰 오지 않으셨네.

내게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네.

-벌목우판, 시주유연(伐木于阪, 釃酒有衍)

-변두유천, 형제무원(籩豆有踐, 兄弟無遠)

산비탈에서 나무를 하네,

술을 잘 빚어 술 색깔이 좋네.

가지런히 음식 차려놓고,

형제가 가까이 있어,

-민지실덕, 건후이건(民之失德, 乾餱以愆)

-유주서아, 무주고아(有酒湑我, 無酒酤我)

사람들이 덕을 잃은 것은,

소홀한 음식 대접이 잘못이도다.

술 있으면 걸러오고,

술 없으면 사서 온다네.

-감감고아, 준준무아(坎坎鼓我, 蹲蹲舞我)

-태아가의, 음차서의(迨我暇矣, 飮此湑矣)

둥둥둥 북치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내가 한가해지면,

걸러놓은 이 술을 마시리라.

  1. 천보(天保)/하늘이 보살피시네

신하들이 임금의 복을 기리는 오래이다.

앞의 '벌목'이 임금이 신하를 위해 부른 노래라면, 이 시는 신하들이 임금께 답레로 부른 노래이다

.

-천보정이, 역공지고(天保定爾, 亦孔之固)

-비이단후, 하복불제(俾爾單厚, 何福不除)

-비이다익, 이막불서(俾爾多益, 以莫不庶)

하늘이 당신을 보호하고 지켜주시니,

매우 견고하네.

하늘이 당신을 후덕하게 하시니,

어찌 감추리.

그대를 도우시니 그 많은 복 헤아릴 수 없네.

-천보정이, 비이전곡(天保定爾, 俾爾戩穀)

-경무불의, 수천백록(罄無不宜, 受天百祿)

-강이하복, 유일불족(降爾遐福, 維日不足)

하늘이 당신을 도우시니, 그대의 모든 일 다 잘되네.

마땅치 않음이 없으니,

하늘로부터 온갖 복을 받으리.

그대에게 큰 복을 내리시니,

하고 많은 날들 모자라네​.

-천보정이, 이막불흥(天保定爾, 以莫不興)

-여산여부, 여강여릉(如山如阜, 如岡如陵)

-여천지방지, 이막불증(如川之方至, 以莫不增).

하늘이 그대를 도우시니,

풍성하지 않음이 없네.

산 같고 언덕 같고 삼마루 같고 구릉 같으니,

넘실대며 흐르는 강물과도 같이,

불어나지 않는 것이 없네.

-길견위희, 시용효향(吉蠲爲饎, 是用孝享)

-약사증상, 우공선왕(禴祠烝嘗, 于公先王)

-군왈복이, 만수무강(君曰卜爾, 萬壽無疆)

봄 녀름 가을 겨울 사철 모두,

조상과 선왕께 제사 올리니,

임금께서 이르시길,

만수무강 하라시네.

-신지조의, 이이다복(神之弔矣, 詒爾多福)

-민지질의, 일용음식(民之質矣, 日用飮食)

-군서백성, 편위이덕(群黍百姓, 徧爲爾德)

신께서 오셔 그대에게 많은 복을 주시네.

백성들은 안정되어 먹고 사는 문제 없고,

신하와 온 백성들 모두 그대의 덕이로다 말하네.

-여월지항, 여일지승(如月之恒, 如日之升)

-여남산지수, 불건불붕(如南山之壽, 不騫不崩)

-여송백지무, 무불이혹승(如松柏之茂, 無不爾或承)

달이 차오르듯, 해가 떠오르듯,

남산같이 오래오래 이지러지지 않고 무너지지도 않아,

소나무 잣나무 푸르르듯이,

그대의 자손 무궁히 뻗어가리라.

  1. 채미(采薇)/고사리를 캐자

-채미채미, 미역작지(采薇采薇, 薇亦作止)

-왈귀왈귀, 세역막지(曰歸曰歸, 歲亦莫止)

고사리를 캐세, 고사리를 캐세.

고사리 돋아나네.

돌아가세 돌아가세,

올 해도 저물어간다네.

-미실미가, 험윤지고(靡室靡家, 玁狁之故)

-불황계거, 험윤지고(不遑啟居, 玁狁之故)

아내도 집도 없음은,

오랑캐 때문이오.

편히 쉴 겨를 없으니,

이것도 오랑캐 때문이라네.

-채미채미, 미역유지(采薇采薇, 薇亦柔止)

-왈귀왈귀, 심역우지(曰歸曰歸, 心亦憂止)

고사리 캐세 고사리 캐세,

고사리도 부드럽네.

돌아가세 돌아가세,

마음에 또한 근심이 이네.

-우심렬렬, 재기재갈(憂心烈烈, 載飢載渴)

-아술미정, 미사귀빙(我戌未定, 靡使歸聘)

걱정은 치미는데,

배고프고 목마르네.

나는 정처없이 떠도니,

돌아가 문안할 사람도 없네.

-채미채미, 미역강지(采薇采薇, 薇亦剛止)

-왈귀왈귀, 세역양지(曰歸曰歸, 歲亦陽止)

고사리를 캐세 고사리를 캐세,

고사리도 쇠어졌네.

돌아가세 돌아가세,

올 해도 벌써 시월이 되었네.

-왕사미고, 불황계처(王事靡盬, 不遑啟處)

-우심공구, 아행불래(憂心孔疚, 我行不來)

나라 일이 끝나지 않아,

쉴 겨를이 없네.

근심하는 마음 큰 병이 되어도,

나는 가서 돌아오지 못하네.

-피이유하, 유상지화(彼爾維何, 維常之華)

-피로사하, 군자지차(彼路斯何, 君子之車)

저 화려한 것은 무엇일까,

아가위 꽃이네.

저 길가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장군님 수레네.

-융차기가, 사모업업(戎車旣駕, 四牡業業)

-기감정거, 일월삼첩(豈敢定居, 一月三捷)

병거에 매인,

네 필 말은 튼튼하다네.

어찌 한 곳에만 머물러 쉬겠는가,

한 달에 세 번은 싸워이겨야 하리.

-가피사모, 사모규규(駕彼四牡, 四牡騤騤)

-군자소의, 소인소비(君子所依, 小人所腓)

수레에 매인 저 네 마리의 숫말,

그 말들은 튼튼하기도 하네.

장군이 의지하고,

병사들은 호위하네.

-사모익익, 상미어복(四牡翼翼, 象弭魚服)

-기불일계, 험윤공극(豈不日戒, 玁狁孔棘)

튼튼한 네 마리 숫말,

상아로 만든 마고자에 물고기 옷을 입혔네.

어이 날마다 경계하지 않으리,

오랑캐가 너무 날뛰니.

-석아왕의, 양류의의(昔我往矣, 楊柳依依)

-금아래사, 우설비비(今我來思, 雨雪霏霏)

지난 날 내가 출발할 때,

버드나무 무성했는데,

이제 내가 돌아갈 생각하니,

눈과 비가 흩날리네.

-행도지지, 재갈재기(行道遲遲, 載渴載飢)

-아심상비, 막지아애(我心傷悲, 莫知我哀)

가는 길은 더디고,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파라.

우리 마음 쓰려도,

우리 슬픔 아무도 알지 못하네.

  1. 출거(出車)/전차를 끌고

오랑캐를 정벌하고 개선하는 남중 장군과 함께 종군했다.

돌아온 병사들을 위로하는 노래이다.

-아출아차, 우피목의(我出我車, 于彼牧矣)

-자천자소, 위아래의(自天子所, 謂我來矣)

내가 수레를 내어,

들판으로 나왔네.

천자께서 명을 내려,

나를 오라 하시네.

-소피복부, 위지재의(召彼僕夫, 謂之載矣)

-왕사다난, 유기극의(王事多難, 維其棘矣)

마부를 불러 수레 몰 준비를 시켰네.

나라일 어려움 많으니,

급히 오라고 하였네.

-아출아차, 우피교의(我出我車, 于彼郊矣)

-설차조의, 건피모의(設此旐矣, 建彼旄矣)

내가 수레를 내어,

들판에 나왔네.

거북 그림 깃발 높이 들고,

쇠꼬리 깃발 세우니,

-피여조사, 호불패패(彼旟旐斯, 胡不旆旆)

-우심초초, 복부황췌(憂心悄悄, 僕夫況瘁)

저 깃발들,

어찌 펄럭이지 않으리.

시름하는 마음 초조하지만,

병사들도 더욱 수척해졌네.

-왕명남중, 왕성우방(王命南仲, 往城于方)

-출차팽팽, 기조앙앙(出車彭彭, 旂旐央央)

임금께서 남중에 명하시어,

방 땅으로 가서 성을 쌓게 하셨네.

많은 전차 출정시켜,

용, 거북, 뱀의 깃발이 무성하네.

-천자명아, 성피삭방(天子命我, 城彼朔方)

-혁혁남중, 험윤우양(赫赫南仲, 玁狁于襄)

천자께서 내게 명하시어,

저 북방에 성을 쌓게 하셨네.

남중에 혁혁하니,

오랑캐를 쳐 없애리로다.

-석아왕의, 서직방화(昔我往矣, 黍稷方華)

-금아래사, 우설재도(今我來思, 雨雪載塗)

옛날 내가 떠날 때는,

기장과 피가 한창 피었었는데,

지금 내가 돌아가려니,

눈비가 내려 길이 질척거리네.

-왕사다난, 불황계거(王事多難, 不遑啟居)

-기불회귀, 외차간서(豈不懷歸, 畏此簡書)

나라의 일은 많고도 어려워,

편히 쉬지 못하니

어찌 돌아갈 생각하지 않으리오만,

임금의 이 명령서 두렵도다.

-요요초충, 적적부종(喓喓草蟲, 趯趯阜螽)

-미견군자, 우심충충(未見君子, 憂心忡忡)

풀벌레 울고,

메뚜기는 뛰는구나.

당신을 보지 못해,

근심스런 마음 초조하여라.

-기견군자, 아심칙강(旣見君子, 我心則降)

-혁혁남중, 박벌서융(赫赫南仲, 薄伐西戎)

당신을 보면,

내 마음은 곧 편안해지겠네.

남중이 혁혁하니,

서쪽 오랑캐 정벌하리라.

-춘일지지, 훼목처처(春日遲遲, 卉木萋萋)

-창경개개, 채번기기(倉庚喈喈, 采蘩祁祁)

봄날은 길고, 초목은 무성하네.

꾀꼬리 지저귀고,

수북히 쑥을 캐노라.

-집신획추, 박언환귀(執訊獲醜, 薄言還歸)

-혁혁남중, 험윤우이(赫赫南仲, 玁狁于夷)

첩자와 악인을 잡아,

이제야 돌아왔네.

남중이 혁혁하니,

오랑캐가 평정하리라.

  1. 체두(杕杜)/홀로 선 아가위나무

출정나간 남편이 하루 속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내의 심정을 그린 노래이다.

'국풍'에서 많이 쓰인 구절들이 섞여 있는 점으로 보아 후대에 여러 노래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듯하다

.

-유체지두, 유환기실(有杕之杜, 有睆其實)

-왕사미고, 계사아일(王事靡盬, 繼嗣我日)

홀로 우뚝선 아가위나무,

그 열매 맺혀있구나.

나라 일 끝나지 않아,

님의 행역 계속되네.

-일월양지, 녀심상지, 정부황지(日月陽止, 女心傷止, 征夫遑止)

세월을 이미 시월,

여인의 마음 서글퍼라.

떠나신 낭군 언젠가는 돌아오시겠지.

-유체지두, 기엽처처(有杕之杜, 其葉萋萋)

-왕사미고, 아심상비(王事靡盬, 我心傷悲)

홀로 우뚝선 아가위나무,

그 잎이 무성하구나.

나라 일 끝나지 않아,

내 마음 슬프고 아파라.

-훼목처지, 녀심비지, 정부귀지(卉木萋止, 女心悲止, 征夫歸止)

​ 초목이 무성하니,

여인의 마음 슬퍼지네.

떠나신 낭군 돌아올 수는 있겠지.

-척피북산, 언채기기(陟彼北山, 言采其杞)

-왕사미고, 우아부모(王事靡盬, 憂我父母)

저 북산에 올라,

구기자 나무를 뜯노라.

나라 일 끝나지 않아,

내 부모님을 근심하노라.

-단차천천, 사모관관, 정부불원(檀車幝幝, 四牡痯痯, 征夫不遠)

박달나무 구레 터덜거리고,

네 마리의 말도 지쳤네.

떠나신 낭군 그리 멀리 있지 않으리.

-비재비래, 우심공구(匪載匪來, 憂心孔疚)

-기서불지, 이다위휼(期逝不至, 而多爲恤)

수레 타고 오지 않으시니,

내 마음 허전하고 병들었다네.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으시니,

시름만 늘어가네.

-복서해지, 회언근지, 정부이지(卜筮偕止, 會言近止, 征夫邇止)

거북점 치고 시초점 쳐보니,

돌아올 날 가깝다 하네.

떠나신 낭군 가까이 왔으리라.

2권

백화지집(白華之什)

  1. 어려(魚麗)/물고기 걸리다

모든 잔치에서 많은 손님을 초청하여 푸짐하게 대접하는데 두루 쓰이는 노래이다.

-어려우류, 상사(魚麗于罶, 鱨鯊)

-군자유주, 지차다(君子有酒, 旨且多)

통발에 걸린 물고기 자라와 모래무지네.

그대가 내온 술,

맛있고도 풍성하네.

-어려우류, 방례(魚麗于罶, 魴鱧)

-군자유주, 다차지(君子有酒, 多且旨)

통발에 걸린 물고기,

방어와 가물치네.

그대가 내온 술,

맛있고도 풍성하네.

-어려우류, 언리(魚麗于罶, 鰋鯉)

-군자유주, 지차유(君子有酒, 旨且有)

통발에 걸린 물고기,

메기와 잉어라네.

그대가 내온 술,

맛있고도 풍성하네.

-물기다의, 유기가의(物其多矣, 維其嘉矣)

-물기지의, 유기해의(物其旨矣, 維其偕矣)

훌륭한 음식이 많기도 하네.

음식이 맛 있으니 함께 먹고 즐기세.

-물기유의, 유기시의(物其有矣, 維其時矣)

음식이 많으니,

마침 잘 되었네.


2. 남유가어(南有嘉魚)/남쪽에 좋은 물고기 있어

잔치할 때 부르는 노래로 대개 남쪽은 밝고 행복한 곳이고, 북쪽은 어둡고 불행한 곳이다.

남쪽에는 곤들메기가 떼지어 헤엄치고 또 가지 늘어진 나무에는 단박이 얽혀있고, 비둘기가 날아오니 얼마나 좋은 징조인가!

곤들메기는 연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잉어와 비슷한 물고기다.

-남유가어, 증연조조(南有嘉魚, 烝然罩罩)

-군자유주, 가빈식연이악(君子有酒, 嘉賓式燕以樂)

남쪽에는 곤들메기 떼지어 헤엄치고,

그대가 술 내오니 잔치하며 즐거워하네.

-남유가어, 증연산산(南有嘉魚, 烝然汕汕)

-군자유주, 가빈식연이간(君子有酒, 嘉賓式燕以衎)

남쪽에는 곤들메기 꼬리치고,

그대가 술 내오니 잔치하며 기뻐하네.

-남유규목, 감호류지(南有樛木, 甘瓠纍之)

-군자유주, 가빈식연수지(君子有酒, 嘉賓式燕綏之)

남쪽에는 가지 늘어진 단박이 얽혀있고,

그대가 술 내오니 잔치하며 편안히 즐기네​.

-편편자추, 증연래사(翩翩者鵻, 烝然來思)

-군자유주, 가빈식연우사(君子有酒, 嘉賓式然又思)

훨훨 나는 비둘기 떼지어 날아오고,

그대가 술 내오니 잔치하며 서로 권하네.

  1. 남산유대(南山有臺)/남산에 잔디 있어

잔치할 때 부르는 노래이다.

삿갓풀은 항부자라고도 하며 도롱이를 만드는 풀이다.

명아주는 잎이 향기롭고 먹을 수 있다.

오얏은 자두보다 약간 작은 과일로 맛이 시다.

구기자는 가죽나무와 비슷하며 구골이라고도 한다.

호깨나무는 열매로 먹을 수 있고, 광나무는 약재로 쓰인다.

-남산유대, 북산유래(南山有臺, 北山有萊)

-락지군자, 방가지기(樂只君子, 邦家之基)

​-락지군자, 만수무기(樂只君子, 萬壽無期)

남산에 삿갓풀 있고,

북산에 명아주 있네.

즐거워라 군자여,

나라의 터전이다.

즐거워라 군자여,

만수무강 하소서.

-남산유상, 북산유양(南山有桑, 北山有楊)

-락지군자, 방가지광(樂只君子, 邦家之光)

-락지군자, 만수무강(樂只君子, 萬壽無疆)

남산에 뽕나무 있고,

북산에 버드나무 있네.

즐거워라 군자여,

나라의 빛이시네.

즐거워라 군자여,

만수무강 하소서.

-남산유기, 북산유리(南山有杞, 北山有李)

-락지군자, 민지부모(樂只君子, 民之父母)

-락지군자, 덕음불이(樂只君子, 德音不已)

남산에 구기자나무 있고,

북산에 오얏나무 있네.

즐거워라 군자여,

백성의 어버이시라.

즐거워라 군자여,

덕망이 영원하소서.

-남산유고, 북산유뉴(南山有袴, 北山有杻)

-락지군자, 하불미수(樂之君子, 遐不眉壽)

-락지군자, 덕음시무(樂之君子, 德音是茂)

남산에 북나무 있고,

북산에 감탕나무 있네.

즐거워라 군자여,

어찌 장수하지 않으리오.

즐거워라 군자여,

그 명성 융성하리라.

-남산유구, 북산유유(南山有枸, 北山有楰)

-락지군자, 하불황구(樂之君子, 遐不黃耉)

-락지군자, 보애이후(樂之君子, 保艾爾後)

남산에 복나무 있고,

북산에 산수유나무 있네.

즐거워라 군자여,

어찌 머리 노랗도록 장수하지 않으리오.

즐거워라 군자여,

자손도 영원하리라.

  1. 요소(蓼蕭)/기다란 다북쑥

'모시서'에는 천자의 은택이 사해에 미친 것을 노래했다고 하였다.

사방의 제후들이 천자의 덕에 감복하여 조회하는 내용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주희는 한 발 더 나아가 제후가 천자에게 조회할 때 천자가 이들에게 잔치를 베풀어 은혜를 내리자 제후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료피소사, 령로서혜(蓼彼蕭斯, 零露湑兮)

-기현군자, 아심사혜(旣見君子, 我心寫兮)

-연소어혜, 시이유예처혜(燕笑語兮, 是以有譽處兮)

기다란 저 다북쑥 위에,

떨어진 이슬이 맑기도 하네.

우리님 만나보니,

내 마음이 풀어지네.

연회를 열어 편히 웃으며 이야기하니,

명성과 번영이 있음은 당연하네.

-료피소사, 령로양양(蓼彼蕭斯, 零露瀼瀼)

-기현군자, 위룡위광(旣見君子, 爲龍爲光)

-기덕불상, 수고불망(其德不爽, 壽考不忘)

기다란 저 다북쑥 위에,

떨어진 이슬 맑기도 하네.

우리님 보니,

사랑스럽고 영광스럽네.

그 덕은 어긋남이 없어,

늙도록 오랫동안 잊지 못하겠네.

-료피소사, 령로니니(蓼彼蕭斯, 零露泥泥)

-기현군자, 공연기제(旣見君子, 孔燕豈弟)

-의형의제, 령덕수기(宜兄宜弟, 令德壽豈)

기다란 저 다북쑥 위에,

떨어진 이슬 촉촉하네.

우리님 만나보니,

즐겁고 기쁘고 만족하네.

형도 아우도 의로워,

아름다운 덕 영원하리라.

-료피소사, 령로농농(蓼彼蕭斯, 零露濃濃)

-기현군자, 조혁충충(旣見君子, 鞗革沖沖)

-화란옹옹, 만복유동(和鸞雝雝, 萬福攸同)

기다란 저 다북쑥 위에,

떨어진 이슬 질펀하네.

우리님 만나보니,

고삐 장식이 치렁치렁하네.

방울소리 서로 부딪쳐 어울려,

만복이 함께 모이네.

  1. 담로(湛露)/흠뻑 젖은 이슬

'춘추좌전문공 4년'에 의하면 영무자가 "옛날에 제후들이 천자에게 조회하러 가면 천자가 그들에게 잔치를 베풀었다.

이때 '촉촉히 내린 이슬'을 읊었다라고 말햇다.

그래서 이 시는 천자가 제후들에게 잔치를 베풀 때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담담로사, 비양불희(湛湛露斯, 匪陽不晞)

-염염야음, 불취무귀(厭厭夜飮, 不醉無歸)

흠뻑 젖은 이슬,

햇빛 나지 않으면 마르지 않으리.

즐거워라 이 밤 술자리,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으리.

-담담로사, 재피풍초(湛湛露斯, 在彼豐草)

-염염야음, 재종재고(厭厭夜飮, 在宗載考)

흠뻑 젖은 이슬,

저 무성한 풀섶에 내렸네.

즐거워라 이 밤 술자리,

종실에 잔치 열었구나.

-담담로사, 재피기극(湛湛露斯, 在彼杞棘)

-현윤군자, 막불령덕(顯允君子, 莫不令德)

흠뻑 젖은 이슬,

저 갯버들과 대추나무에 내렸네.

밝고 미더운 군자여,

덕성스럽지 않음이 없구나.

-기동기의, 기실리리(其桐其椅, 其實離離)

-기제군자, 막불령의(豈弟君子, 莫不令儀)

오동나무와 가래나무에,

열매 열려 있네.

즐겁고 편한 군자님,

아름다운 행실이 아님이 없구나.

3권

동궁지십(彤弓之什)

  1. 동궁(彤弓)/붉은 활

천자가 공이 있는 제후들에게 활을 하사할 때 부르는 노래라고 전한다.

옛날에 술 마시는 예법은 헌(獻), 작(酌), 수(酬)였다.

주인이 손님에게 술을 올리는 것이 헌(獻)이고, 손님이 주인에게 술을 도로 권하는 것이 작(酌)이고, 그 뒤에 주인이 술을 따라 자기가 마시고는 다시 손님에게 술을 따라 권하는 것 수(酬)이다.

-동궁초혜, 수언장지(彤弓弨兮, 受言藏之)

-아유가빈, 중심황지(我有嘉賓, 中心貺之)

-종고기설, 일조향지(鐘鼓旣設, 一朝饗之)

줄 느슨한 붉은 활,

받아 잘 간직하노라.

내가 반가운 손님 맞으면,

진심으로 그에게 주리라.

종과 북을 펼쳐 놓고,

아침 내내 그에게 잔치 베풀리라.

-동궁초혜, 수언재지(彤弓弨兮, 受言載之)

-아유가빈, 중심희지(我有嘉賓, 中心喜之)

-종고기설, 일조우지(鐘鼓旣設, 一朝右之)

줄 느슨한 붉은 활,

받아 잘 보관해 두리라.

내가 반가운 손님 맞으면,

진심으로 그를 기뻐하리라.

종과 북을 펼쳐 놓고,

아침 내내 그에게 잔 권하리라.

-동궁초혜, 수언고지(彤弓弨兮, 受言櫜之)

-아유가빈, 중심호지(我有嘉賓, 中心好之)

-종고기설, 일조수지(鐘鼓旣設, 一朝醻之)

줄 느슨한 붉은 활,

받아 잘 넣어두리라.

내가 반가운 손님 맞으면,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리라.

종과 북을 펼쳐 놓고,

아침 내내 그에게 언약하리라.

  1. 청청자아(菁菁者莪)/무성한 지칭개

'모시서'에서는 인재를 가르는 즐거움을 노래한 시라고 보았고, 주희는 손님을 맞아 잔치하며 즐거워하는 시라고 보았다.

옛날에는 조개를 화폐로 사용했는데, 조개 열 개를 붕(朋)이라고 하였다.

지칭개는 엉거시과에 딸린 두해살이 풀로 줄기와 잎을 먹을 수 있다.

-청청자아, 재피중아(菁菁者莪, 在彼中阿)

-기현군자, 악차유의(旣見君子, 樂且有儀)

무성하다, 지칭개

저 언덕 위에 있구나.

님을 뵈었으니,

즐겁고 위엄이 있구나.

-청청자아, 재피중지(菁菁者莪, 在彼中沚)

-기견군자, 아심칙희(旣見君子, 我心則喜)

무성하다 지칭개,

저 모래밭에 있구나.

님을 뵈었으니,

내 마음은 기쁘도다.

-청청자아, 재피중릉(菁菁者莪, 在彼中陵)

-기견군자, 석아백붕(旣見君子, 錫我百朋)

무성하다 다북쑥,

저 구릉 위에 있구나.

님을 뵈었더니,

내게 많은 돈을 주었구나.

-범범양주, 재침재부(汎汎楊舟, 載沉載浮)

-기견군자, 아심칙휴(旣見君子, 我心則休)

둥둥 떠가는 버드나무 배,

잠길락 말락 하는구나.

님을 뵈었더니,

내 마음 편안하도다.

  1. 유월(六月)/유월에

주나라는 성왕과 강왕이 죽은 뒤에 점차 쇠약해졌다.

여왕에 이르러서는 심한 폭정으로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

이때 북쪽 오랑캐 험윤이 침입하여 왕을 죽였다.

아들 선왕이 왕위에 올라 윤길보를 장군으로 삼고 험윤을 정벌하게 하였다.

이 시는 윤길보의 공로를 치하하는 노래라고 한다.

-유월서서, 융차기칙(六月棲棲, 戎車旣飭)

-사모규규, 재시상복(四牡騤騤, 載是常服)

-험윤공치, 아시용급(玁狁孔熾, 我是用急)

유월은 어수선하였지만,

병거는 준비되었네.

네 마리의 숫말에,

무사들의 옷을 싣네.

오랑캐들이 준동하여,

우리들은 너무도 다급하네.

-왕우출정, 이광왕국(王于出征, 以匡王國)

-비물사려, 한지유칙(比物四驪, 閑之維則)

-유차륙월, 기성아복(維此六月, 旣成我服)

임금이 직접 출정하여,

누리를 구해내시네.

나란히 선 네 마리의 검정 말,

말 잘들어 발맞춰 가네.

유월에,

옷을 맞추었네.

-아복기성, 우삼십리(我服旣成, 于三十里)

-왕우출정, 이좌천자(王于出征, 以佐天子)

-사모수광, 기대유옹(四牡脩廣, 其大有顒)

우리는 새로 만든 갑옷을 입고,

하루에 삼십 리를 진군하네.

임금이 직접 출정하여,

천자를 도우시네.

네 마리의 건장한 숫말,

그 모습 크기도 하네.

-박벌험윤, 이주부공(薄伐玁狁, 以奏膚公)

-유엄유익, 공무지복(有嚴有翼, 共武之服)

-공무지복, 이정왕국(共武之服, 以定王國)

오랑캐 쳐부수어,

큰 공을 이루리라.

위엄 있고 통솔력 있어,

군무를 받드리라.

군무를 받들어서,

나라를 안정시키리라.

-험윤비여, 정거초확(玁狁匪茹, 整居焦穫)

-침호급방, 지우경양(侵鎬及方, 至于涇陽)

-직문조장, 백패앙앙(織文鳥章, 白旆央央)

오랑캐는 억세고 사나워,

초호에 진을 치고 있네.

호(鎬)땅과 방(方)땅에 침입하여,

경수(涇水)의 북쪽까지 이르렀네.

깃발 무늬는 새매 문양,

흰 깃술이 선명히 펄럭이네.

-원융십승, 이선계행(元戎十乘, 以先啟行)

-융차기안, 여지여헌(戎車旣安, 如輊如軒)

-사모기길, 기길차한(四牡旣佶, 旣佶且閑)

선봉의 큰 열 대의 수레는,

앞장서서 길을 열고,

병거는 안전하여,

끝없이 오르내리네.

네 마리의 건장한 숫말은,

억세면서도 온순하네.

-박벌험윤, 지우대원(薄伐玁狁, 至于大原)

-문무길보, 만방위헌(文武吉甫, 萬邦爲憲)

-길보연희, 기다수지(吉甫燕喜, 旣多受祉)

오랑캐를 쳐서,

대원(大原) 땅에 이르렀네.

문무에 뛰어난 길보는,

만방에 모범이네.

길보의 잔치에서 기뻐하심은,

많은 복을 받아서라네.

-래귀자호, 아행영구(來歸自鎬, 我行永久)

-음어제우, 포별회리(飮御諸友, 炰龞膾鯉)

-후수재의, 장중효우(侯誰在矣, 張仲孝友)

호(鎬) 땅에 돌아왔으니,

내가 떠난 지 오래되어서라네.

여러 친구들에게 음식을 권하노니,

자라찜과 잉어회라네.

그 자리에 있는 친구 누구일까,

효성스럽고 우애로운 장중이라네.

  1. 채기(采芑)/고들빼기 캐기

주나라 선왕(宣王) 때 남쪽 오랑캐인 형(荊)이 배반하자, 방숙을 시켜 정벌하게 하였다.

방숙이 오랑캐를 정벌하자 그를 찬양하는 노래라고 한다.

-박언채기, 우피신전, 우차치무(薄言采芑, 于彼新田, 于此菑畝)

-방숙리지, 기차삼천, 사간지시(方叔涖止, 其車三千, 師干之試)

재작년 새로 개간한 밭에서,

고들빼기를 캐네.

작년에 개간한 밭에서.

방숙님 오실 때,

그 수레 삼천이고,

군사와 무기를 살피시네.

-방숙솔지, 승기사기, 사기익익(方叔率止, 乘其四騏, 四騏翼翼)

-로차유석, 점불어복, 구응조혁(路車有奭, 簟笰魚服, 鉤膺鞗革)

방숙님 이를 이끄시어,

네 마리 말을 터시니,

네 마리 말은 나란히 달리네.

제후의 수레에는 붉은 색 대자리 덮개와 물개 가죽 전대,

말의 배에 두른 쇠고리 고삐 끝에는,

쇠장식으로 되어 있네.

-박언채기, 우피신전, 우차중향(薄言采芑, 于彼新田, 于此中鄕)

-방숙리지, 기차삼천, 기조앙앙(方叔涖止, 其車三千, 旂旐央央)

재작년 새로 개간한 밭에서,

고들빼기를 캐네.

마을 가운데 있는 밭에서 캐네.

방숙님 오실 때 그 수레 삼천이고,

교룡, 거북, 뱀을 그린 깃발 뚜렷하네.

-방숙솔지, 약기착형, 팔란창창(方叔率止, 約軝錯衡, 八鸞瑲瑲)

-복기명복, 주불사황, 유창총형(服其命服, 朱芾斯皇, 有瑲蔥珩)

방숙님이 이끄시니,

붉은 가죽 바퀴와 무늬 새긴 앞턱나무,

여덟개의 말방울 짤랑짤랑,

천자계서 주신 못 입고,

붉은 폐슬 반짝이며,

푸른 구슬 짤랑거리네.

-율피비준, 기비려천, 역집원지(鴥彼飛隼, 其飛戾天, 亦集爰止)

-방숙리지, 기차삼천, 사간지시(方叔涖止, 其車三千, 師干之試)

훨훨나는 새매가,

하늘을 닿을 듯 날라올라,

나무에 모여 앉았네.

방숙님 오실 때,

그 수레 삼천이고,

군사와 무기를 살피네.

-방숙솔지, 정인벌고, 진사국려(方叔率止, 鉦人伐鼓, 陳師鞠旅)

-현윤방숙, 벌고연연, 진려전전(顯允方叔, 伐鼓淵淵, 振旅闐闐)

방숙님은 이끄시고,

징을 치는 군사는 북을 울리고,

군사를 훈련시키고 출동 연습을 하네.

밝고 진실한 방숙님,

북소리 둥둥,

소리 맞춰 부대를 정렬시키네.

-준이만형, 대방위수(蠢爾蠻荊, 大邦爲讎)

-방숙원로, 극장기유(方叔元老, 克壯其猶)

-방숙솔지, 집신획추(方叔率止, 執訊獲醜)

어리석은 형만의 오랑캐,

큰 나라 원수 삼는데,

방숙님이 늙으셨네,

훌륭하다 그 전략,

방숙님이 이끄시어,

그 첩자 사로잡아 악인을 사로잡으시네.

-융차탄탄, 탄탄돈돈, 여정여뢰(戎車嘽嘽, 嘽嘽焞焞, 如霆如雷)

-현윤방숙, 정벌험윤, 만형래위(顯允方叔, 征伐玁狁, 蠻荊來威)

수레는 덜거덩 덜거덩,

우르르 쾅쾅거리며,

번개치듯 천둥치듯 하네.

밝고 진실한 방숙님,

험윤의 오랑캐를 쳐부수니,

형만의 오랑캐 왕도 위엄에 두려워하네.

  1. 거공(車攻)/견고한 수레

주(周)나라는 강왕(康王)이후로 정치가 쇠퇴하여 제후들이 조회하는 일이 폐지되었다.

선왕(宣王)이 안으로 정치를 잘 하고 밖으로 오랑캐를 물리쳐 문왕(文王)과 무왕(武王) 때의 국경과 영토를 회복하였다.

이에 말과 수레를 갖추고 제후들을 다시 동도(東都)에서 조회하도록 하였다.

이때의 상황을 시인이 노래로 지어 찬양하였다고 한다.

-아차기공, 아마기동(我車旣攻, 我馬旣同)

-사모방방, 가언조동(四牡龐龐, 駕言徂東)

네 수레 견고하고, 나의 말들은 가지런하다.

건장한 네 마리의 말은, 수레를 끌고 동으로 간다.

-전거기호, 사모공부(田車旣好, 四牡孔阜)

-동유보초, 가언행수(東有甫草, 駕言行狩)

사냥 수레는 튼튼하고, 네 마리 말도 건강하네.

동쪽에 보전이 있어 수레 타고 사냥가네.

-지자우묘, 선도효효(之子于苗, 選徒囂囂)

-건조설모, 박수우오(建旐設旄, 搏獸于敖)

그분 사냥 나가시니 몰이꾼들 모여 왁자지껄하네.

갖가지 깃발 앞세우고 오산에서 사냥을 하네.

-가피사모, 사모혁혁(駕彼四牡, 四牡奕奕)

-적불금석, 회동유역(赤芾金舃, 會同有繹)

저 네 마리의 말을 타니, 말들이 씩씩하기도 하네.

붉은 폐슬과 금 장식 붉은 신, 제후들이 끝없이 천자를 알현하네.

-결습기차, 궁시기조(決拾旣佽, 弓矢旣調)

-사부기동, 조아거시(射夫旣同, 助我擧柴)

팔에 낀 가죽 팔찌는 편안하고,

활과 화살을 모두 갖추었네.

활쏘는 장부 모두 모여,

나를 도와 잡은 짐승을 쌓아 놓네.

-사황기가, 량참불의(四黃旣駕, 兩驂不猗)

-불실기치, 사시여파(不失其馳, 舍矢如破)

네 마리의 붉은 말 수레 몰아,

양쪽 참마 기울지 않네.

달리는 데 실수 없어,

화살 쏘면 백발백중이네.

-소소마명, 유유패정(蕭蕭馬鳴, 悠悠旆旌)

-도어불경, 대포불영(徒御不驚, 大庖不盈)

쓸쓸히 말은 울고,

깃발은 아듯히 나부끼네.

몰이꾼과 마부도 크게 놀라,

큰 푸줏간에 가득 차는구나.

-지자우정, 유문무성(之子于征, 有聞無聲)

-윤의군자, 전야대성(允矣君子, 展也大成)

그분 사냥 떠나시니,

소문 들었으나 떠나는 소리 없네.

진실하고 훌륭한 군자님,

진실로 크게 이루었도다.

  1. 길일(吉日)/좋은 날

주(周)나라 선왕(宣王)이 사냥하는 모습을 노래했다고 한다.

-길일유무, 기백기도(吉日維戊, 旣伯旣禱)

-전차기호, 사모공부(田車旣好, 四牡孔阜)

-승피대부, 종기군추(升彼大阜, 從其群醜)

좋은 날은 오직 무일,

마조신에게 제사하며 비네.

사냥수레 좋고,

네 마리의 수컷말도 장대하네.

저 언덕에 올라,

여러 짐승을 뒤쫓네.

-길일경오, 기차아마(吉日庚午, 旣差我馬)

-수지소동, 우록우우(獸之所同, 麀鹿麌麌)

-칠저지종, 천자지소(漆沮之從, 天子之所)

경오일은 길일,

잘 달리는 나의 말을 고르네.

짐승들 같이 모여 사는 곳,

암수 사슴들 우글거리네.

칠수(漆水)와 저수(沮水) 가로 쫓아가니,

천자님 계시는 곳이라네.

-첨피중원, 기기공유(瞻彼中原, 其祁孔有)

-표표사사, 혹군혹우(儦儦俟俟, 或群或友)

-실솔좌우, 이연천자(悉率左右, 以燕天子)

저 넓은 들판 바라보니,

암사슴이 많기도 하네.

달리고 서성이고, 무리짓고 짝을 짓네.

모두들 좌우로 짐승을 몰아,

천자님을 기쁘게 하는구나.

-기장아궁, 기협아시(旣張我弓, 旣挾我矢)

-발피소파, 에차대시(發彼小豝, 殪此大兕)

-이어빈객, 차이작례(以御賓客, 且以酌醴)

내 활을 당겨 화살을 끼웠네.

저 작은 암퇘지 쏘아,

큰 들소를 쏘아 죽였구나.

손님들에게 음식 올리고,

맛있는 술로 대접하네.

  1. 홍안(鴻雁)/기러기

주(周)나라 여왕(勵王) 때 백성들이 흩어지고 불안하게 살다가 선왕(宣王)이 나라를 잡고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되자, 떠돌이 생활을 하던 때를 회상하며 지은 노래라고 한다.

-홍안우비, 숙숙기우(鴻雁于飛, 肅肅其羽)

-지자우정, 구로우야(之子于征, 劬勞于野)

-원급긍인, 애차환과(爰及矜人, 哀此鰥寡)

기러기 날아 그 날개소리 푸드득, 푸드득

그대들 길 떠나 들판에서 고생하네.

이 불쌍한 사람들은 홀아비와 과부들이네.

-홍안우비, 집우중택(鴻雁于飛, 集于中澤)

-지자우원, 백도개작(之子于垣, 百堵皆作)

-수칙구로, 기구안댁(雖則劬勞, 其究安宅)

기러기 날아 못 가운데로 모이네.

그대들 집집마다 담장을 쌓네.

비록 수고스러우나,

끝내 우리는 편안한 집에서 살게 되네.

-홍안우비, 애명오오(鴻雁于飛, 哀鳴嗷嗷)

-유차철인, 위아구로(維此哲人, 謂我劬勞)

-유피우인, 위아선교(維彼愚人, 謂我宣驕)

기러기 날아 그 우는 소리 기럭기럭 구슬퍼라.

밝고 어진 분은 고생한다 말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우리를 교만하다 하네.

  1. 정료(庭燎)/뜰의 횃불

제후들이 조회하는 광경을 노래하였다.

밤중부터 새벽까지 천자가 제후들을 기다리는 심정을 시간적 추이에 따라 잘 나타냈다.

-야여하기, 야미앙, 정료지광(夜如何其, 夜未央, 庭燎之光)

-군자지지, 란성장장(君子至止, 鸞聲將將)

밤이 얼마쯤 되었는지,

밤은 아직 새지 않고,

뜰의 횃불은 밝기만 하네.

제후들 이르니 방울소리 짤랑거린다.

-야여하기, 야미애, 정료절절(夜如何其, 夜未艾, 庭燎晣晣)

-군자지지, 란성홰홰(君子至止, 鸞聲噦噦)

밤이 얼마쯤 되었는지,

밤은 아직 새지 않고,

뜰의 횃불은 밝기만 하네.

제후들 이르니 방울소리 짤랑거린다.

-야여하기, 야향신, 정료유휘(夜如何其, 夜鄕晨, 庭燎有輝)

-군자지지, 언관기기(君子之止, 言觀其旂)

밤이 얼마쯤 되었는지 ,

밤은 새벽에 가까워도,

뜰의 횃불은 빛나기만 하네.

제후들 이르니 그들의 깃발이 보이네.

  1. 면수(沔水)/넘치는 강물

어지러운 시대를 걱정하는 노래이다.

'조(朝)'는 제후들이 봄에 천자에게 조회하는 것이고, '종(宗)'은 여름에 조회하는 것을 말한다.

겨러 강물이 모여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천자에게 여러 제후들이 충성하는 것에 비유하였다.

-면피류수, 조종우해(沔彼流誰, 朝宗于海)

-율피비준, 재비재지(鴥彼飛隼, 載飛載止)

-차아형제, 방인제우(嗟我兄弟, 邦人諸友)

-막긍념란, 수무부모(莫肯念亂, 誰無父母)

넘쳐 흐르는 저 강물이여!

바다로 흘러가는구나.

급히 날아가는 저 새매,

날다가 다시 멈추어 앉는구나.

아! 내 형제,

나라 안의 형제들,

아무도 어지러운 세상 근심하지 않으니,

누구에게 부모가 없겠는가.

-면피류수, 기류탕탕(沔彼流水, 其流湯湯)

-율피비준, 재비재양(鴥彼飛隼, 載飛載揚)

-념피불적, 재기재행(念彼不蹟, 載起載行)

-심지우의, 불가미망(心之憂矣, 不可弭忘)

넘쳐 흐르는 저 강물이여!

그 흐름 거세기도 하네.

저 날아가는 새매,

날다가 다시 솟아 오르는구나.

제 도리를 따르지 않음을 생각하니,

일어섰다 달려갔다 경황이 없네.

마음의 근심을 잊을 수 없네.

-율피비준, 솔피중릉(鴥彼飛隼, 率彼中陵)

-민지와언, 녕막지징(民之訛言, 寧莫之懲)

-아우경의, 참언기흥(我友敬矣, 讒言其興)

급히 날아가는 저 새매,

저 언덕을 따라 날아가는구나.

백성들의 유언비어,

어이 막지 못하는가.

내 친구들 조심하면,

참언이 그 어찌 일어나리오..

  1. 학명(鶴鳴)/학이 우네

숨어 사는 현인(賢人)을 노래했다고 한다.

우는 학의 소리가 들판까지 들리는 것은 현자가 숨어 살더라도 그 덕과 명성이 널리 퍼진다는 뜻이다.

물고기가 못가에 있다가 물 속에 숨는 것을 세상에 나갔다가 여의치 않자, 물러나 자신의 수양에 힘쓰는 것을 비유하였다.

별로 쓸모없는 돌도 옥을 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뜻에서 다른 사람의 언행이 모범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인격을 닦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뜻을 지니게 된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이 시에서 나온 말이다.

-학명우구고, 성문우야(鶴鳴于九皐, 聲聞于野)

-어잠재연, 혹재우저(魚潛在淵, 或在于渚)

-악피지원, 원유수단, 기하유탁(樂彼之園, 爰有樹檀, 其下維蘀)

-타산지석, 가이위착(他山之石, 可以爲錯)

학이 물가 언덕에서 우니,

그 소리 들에 가득차네.

물고기 연못 속에 숨어 있다가,

때로는 물가로 올라오기도 하네.

즐거운 저 동산에 박달나무 우뚝 서 있고,

그 아래 낙엽이 떨어지네.

다른 산에서 굴러다니던 돌도,

이곳 숫돌이 될 수 있네.

-학명우구고, 성문우천(鶴鳴于九皐, 聲聞于天)

-어재우저, 혹잠재연(魚在于渚, 或潛在淵)

-악피지원, 원유수단, 기하유곡(樂彼之園, 爰有樹檀, 其下維穀)

-타산지석, 가이공옥(他山之石, 可以攻玉)

학이 물가 언덕에서 우니,

그 소리 하늘에 퍼지네.

물가에 떠올랐던 물고기,

깊은 연못 속으로 들어가네.

즐거운 저 동산에 박달나무 우뚝 서 있고,

그 어래 닥나무가 자라네.

다른 산에서 굴러다니던 돌도,

이곳 옥을 갈 수 있네​.

3권

기보지십(祈父之什

  1. 기보(祈父)

오랫동안 부역나간 병사가 탄식하는 노래이다.

기보는 왕의 군대를 다스리는 으뜸 벼슬이다.

-기보, 여왕지조아(祈父, 予王之爪牙)

-호전여우휼, 미소지거(胡轉予于恤, 靡所止居)

기보여!

이 몸은 왕의 손톱이요, 이빨이거늘,

어찌하여 나를 근심스럽게 하여,

편히 살지 못하게 하는가.

-기보, 여왕지조사(祈父, 予王之爪士)

-호전여우휼, 미소저지(胡轉予于恤, 靡所底止)

기보여!

이 몸은 왕의 손톱같은 군사이거늘,

어찌하여 나를 근심스럽게 하여,

편히 살지 못하게 하는가.

-기보, 단불총(祈父, 亶不聰)

-호전여우휼, 유모지시옹(胡轉予于恤, 有母之尸饔)

기보여!

참으로 총명하지 못하구나.

어찌하여 나를 근심스럽게 하여,

어머님이 손수 밥을 짓게 하는가.

  1. 백구(白駒)/ 흰 망아지

현자를 붙잡아 두려는 왕의 마음을 노래했다고 전한다.

흰 망아지는 현자를 뜻한다.

-교교백구, 식아장묘(皎皎白駒, 食我場苗)

-집지유지, 이영금조(縶之維之, 以永今朝)

-소위이인, 어언소요(所謂伊人, 於焉逍遙)

흰 망아지 한 마리가, 우리 밭 싹을 먹는지라,

묶어서 매어 놓고 아침이 다 가도록,

저 어진 사람을 여기서 노닐게 하리라.

-교교백구, 식아장곽(皎皎白駒, 食我場藿)

-집지유지, 이영금석(縶之維之, 以永今夕)

-소위이인, 어언가객(所謂伊人, 於焉嘉客)

흰 망아지 한 마리가 우리 밭 콩싹을 먹는지라,

묶어서 매어 놓고 오늘 저녁이 다 가도록,

저 어진 사람을 여기서 머물게 하리라.

-교교백구, 분연내사(皎皎白駒, 賁然來思)

-이공이후, 일예무기(爾公爾侯, 逸豫無期)

-신이우유, 면이둔사(愼爾優游, 勉爾遁思)

흰 망아지 한마리가 재빨리 달려오면,

그대를 공작 후작 삼아

즐겁게 하리.

그대는 한가함을 좋아해

은둔하려 하지 마오.

-교교백구, 재피공곡(皎皎白駒, 在彼空谷)

-생추일속, 기인여옥(生芻一束, 其人如玉)

-무금옥이음, 이유하심(毋金玉爾音, 而有遐心)

흰 망아지 한 마리가 긒은 골짜기에 있어,

싱싱한 꼴 한 다발을 주니,

그 사람 옥과 같이 곱네.

옥같은 그대 음성,

나를 멀리 하지 마오.

  1. 황조(黃鳥)/꾀꼬리

유랑하는 사람들이 정착할 곳을 얻지 못하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노래했다고 한다.

-황조황조, 무집우곡(黃鳥黃鳥, 無集于穀)

-무탁아속, 차방지인(無啄我粟, 此邦之人)

-불아긍곡, 언선언귀, 복아방족(不我肯穀, 言旋言歸, 復我邦族)

꾀꼬리야 꾀꼬리야, 닥나무에 앉지 마라.

우리 조 쪼지 마라.

이 나라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니,

되돌아 가리,

내 나라로 돌아가리.

-황조황조, 무집우상(黃鳥黃鳥, 無集于桑)

-무탁아량, 차방지인(無啄我梁, 此邦之人)

-불아여명, 언선언귀, 복아제형(不我與明, 言旋言歸, 復我諸兄)

꾀꼬리야 꾀꼬리야 뽕나무에 앉지 마라.

우리 수수 쪼지 마라.

이 나라 사람들이 서로 믿지 않으니,

되돌아 가리,

내 형제에게 돌아가리.

-황조황조, 무집우허(黃鳥黃鳥, 無集于栩)

-무탁아서, 차방지인(無啄我黍, 此邦之人)

-불아여처, 언선언귀, 복아제부(不我與處, 言旋言歸, 復我諸父)

꾀꼬리야 꾀꼬리야 떡갈나무에 앉지 마라.

우리 기장 쪼지 마라.

이 나라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없다 하니,

되돌아 가리,

내 친척에게로 돌아가리.

  1. 아행기야(我行其野)/들판에 나가

다른 나라에 시집간 여자가 남편이 더 이상 자신을 돌보지 않자, 고향 친정에 돌아가고픈 마음을 노래하였다.

-아행기야. 폐패기저(我行其野, 蔽芾其樗)

-혼인지고, 언취이거(昏姻之故, 言就爾居)

-이불아축, 복아방가(爾不我畜, 復我邦家)

들판에 나가니 가죽나무 우거졌네.

혼인하여 이 집에 왔건만,

그대는 이리 나를 돌보지 않으니,

친정으로 돌아가리.

-아행기야, 언채기축(我行其野, 言采其蓫)

-혼인지고, 언취이숙(昏姻之故, 言就爾宿)

-이불아축, 언귀사복(爾不我畜, 言歸思復)

들판에 나가서 소루쟁이 뜯었다네.

혼인하여 이 집에서 살건만,

그대는 이리 나를 돌보지 않으니,

예전 집으로 돌아가리.

-아행기야, 언채기복(我行其野, 言采其葍)

-불사구인, 구이신특(不思舊姻, 求爾新特)

-성불이부, 역지이이(成不以富, 亦紙以異)

들판에 나가서 메꽃을 뜯었다네.

혼인하던 정 생각치 않고,

그대는 새사람만 찾으니,

부잣집 딸 아니라 색다르기 때문이네.

  1. 사간(斯干)/시냇물

새 집 짓고 잔치하며 그 기쁨을 노래한 시이다.

꿈과 꿈풀이로 아들과 딸을 달리 생각하고 표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질질사간, 유유남산(秩秩斯干, 幽幽南山)

-여죽포의, 여송무의(如竹苞矣, 如松茂矣)

-형급제의, 식상호의, 무상유의(兄及弟矣, 式相好矣, 無相猶矣)

시냇물 맑게 흘러 내리고,

아득한 남간 밑에 대나무 무성하듯,

소나무 우거지듯,

형과 아우 서로 좋아하며,

허물없이 화목도 하네.

-사속비조, 축실백도(似續妣組, 築室百堵)

-서남기호, 원거원처, 원소원어(西南其戶, 爰居爰處, 爰笑爰語)

조상들의 뒤를 이어 고대 광실 지으니,

서쪽과 남쪽에 문을 내고,

이 좋은 집에서 같이 살며,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네.

-약지각각, 탁지탁탁(約之閣閣, 椓之橐橐)

-풍우유제, 조서유거, 군자유우(風雨攸除, 鳥鼠攸去, 君子攸芋)

판자 묶어 잇대 놓고 흙을 공이로 다져 넣어,

비바람 모두 막으며,

쥐도 새도 쫓아내니 그대가 살 곳이네.

-여기사익, 여시사극(如跂斯翼, 如矢斯棘)

-여조사혁, 여휘사비, 군자유제(如鳥斯革, 如翬斯飛, 君子攸躋)

지붕은 우뚝 솟아 날개 편 듯하고,

기둥은 곧은 화살 같으며,

용마루는 새 날개 편듯,

처마는 꿩이 날아갈듯,

그대가 올라 들어가네.

-식식기정, 유각기영(殖殖其庭, 有覺其楹)

-쾌쾌기정, 홰홰기명, 군자유녕(噲噲其正, 噦噦其冥, 君子攸寧)

평평한 뜨락 곧게 뻗은 기둥이니,

대청은 환하게 넓고,

방안은 아득하니,

그대가 편히 살겠네.

-하완상점, 내안사침(下莞上簟, 乃安斯寢)

-내침내흥, 내점아몽(乃寢乃興, 乃占我夢)

-길몽유하, 유웅유비, 유훼유사(吉夢維何, 維熊維羆, 維虺維蛇)

아래는 왕골자리 위는 댓자리,

겹쳐깔고 편안히 잠을 자네.

자다가 일어나 간밤의 꿈을 점치니,

길몽인지 아닌지 곰과 말곰, 독사와 살모사 보았네.

-대인점지, 유웅유비(大人占之, 維熊維羆)

-남자지상, 유훼유사, 여자지상(男子之裳, 維虺維蛇, 女子之祥)

점쟁이가 풀이하길,

곰과 말곰은 아들 낳을 꿈이요,

독사와 살모사는 딸을 낳을 꿈이라네.

-내생남자, 재침지상(乃生男子, 載寢之狀)

-재의지상, 재롱지장(載衣之裳, 載弄之璋)

-기읍황황, 주불사황, 실가군왕(其泣喤喤, 朱芾斯皇, 室家君王)

아들을 낳아서는 침상에서 재우며,

좋은 옷을 입히고 구슬 쥐어 놀게 하니,

울음 소리 우렁차니 입신 출세하여,

붉은 슬갑 휘황하여 집안의 큰 일꾼되리라.

-내생여자, 재침지지(乃生女子, 載寢之地)

-재의지체, 재롱지와(載衣之裼, 載弄之瓦)

-무비무의, 유주식시의, 무부모이리(無非無儀, 唯酒食是議, 無父母詒罹)

딸을 낳아서는 방에다 뉘이고 포대기로 싸서,

오지 실패 가지고 놀게 하니,

잘못이나 나쁜 짓 아니 하며,

술과 밥짓기를 익혀 부모 걱정 되지 않게 하리라.

  1. 무양(無羊)/양이 없다.

소와 양을 기르며 목장이 번창해짐을 기뻐하며 노래하였다.

농사가 잘 되고 자손을 많이 낳기 바라는 것이 당시 사람들의 소망이었다.

많은 물고기와 깃발의 꿈으로 풍년과 집안의 번창을 조짐하는 대목이 재미있다.

-수위이무양, 삼백유군(誰謂爾無羊, 三百維羣)

-수위이무우, 구십기순(誰謂爾無牛, 九十其犉)

-이양내사, 기각습습(爾羊來思, 其角濕濕)

-이우내사, 기이습습(爾于來思, 其耳濕濕)

누가 양이 없다 했나 한 떼만도 삼백 마리,

누가 소가 없다 했나 큰 소만도 구십마리,

양떼가 돌아오는 것을 보니 뿔들을 서로 맞대고,

소떼가 돌아오는 것을 보니 귀들이 건들거리네.

-혹강우아, 혹음우지(或降于阿, 或飮于池)

-혹침혹와, 이목래사(或寢或訛, 爾牧來思),

-하사하립, 혹부기후(何蓑何笠, 或負其餱)

-삼십유물, 이생즉구(三十維物, 爾牲則具)

언덕에서 내려오기도 하고,

물가에서 물을 마시기도 하며,

잠을 자기도 하고 어슬렁거리는 놈도 있네.

목동이 오는 것을 보니,

도롱이에 삿갓 쓰고 밥을 지고 따라 다니고,

서른 가지 색깔들이 제물 모두 갖추었네.

-이목래사, 이신이증(爾牧來思, 以薪以蒸)

-이자이웅, 이양래사(以雌以雄, 爾羊來思)

-긍긍긍긍, 불건불붕(矜矜兢兢, 不騫不崩)

-휘지이굉, 필래기승(麾之以肱, 畢來旣升)

그대의 목동이 오는 것을 보니,

굵고 가는 나뭇단을 짊어지고,

수컷 암컷 짐승들도 잡아오네.

양떼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니,

온순하게 모여들고,

다치거나 병든 놈 없이,

팔을 들어 손짓하면 우리로 들어가네.

-목인내몽, 중유어의(牧人乃夢, 衆維魚矣)

-조유어의, 대인점지(旐維旟矣, 大人占之)

-중유어의, 실유풍년(衆維魚矣, 實維豊年)

-조유어의, 실가진진(旐維旟矣, 室家溱溱)

목동이 꿈을 꾸니,

많고 많은 물고기에 여러 가지 깃발들이요,

점쟁이가 꿈풀이 하니,

많고 많은 물고기는 풍년들 조짐이요,

여러가지 깃발들은 집안이 잘 될 조짐이네.

  1. 절피남산(節彼南山)/저 높은 남산

주(周)나라 대부 가보가 ㅈ어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태사 윤씨를 풍자한 노래라고 전한다.

어지러운 시대상을 묘사한 것으로 보아 동주(東周) 초기의 작품인 듯하다.

-절피남산, 유석암암(節彼南山, 維石巖巖)

-혁혁사윤, 민구이첨(赫赫師尹, 民具爾瞻)

-우심여담, 불감희담(憂心如惔, 不敢戱談)

-국기졸참, 하용불감(國旣卒斬, 何用不監)

높이 솟은 저 남산에는,

바위 첩첩 쌓여 있네.

빛나는 태사 윤씨여,

백성들이 그대를 우러러 보네.

걱정으로 속이 타 들어가도 감히 농담 한번 못하는데,

나라는 이미 망했으니 어찌 살펴보지 않는가.

-절피남산, 유실기의(節彼南山, 維實其猗)

-혁혁사윤, 불평위하(赫赫師尹, 不平謂何)

-천방천차, 상란홍다(天方薦瘥, 喪亂弘多)

-민언무가, 참막징차(民言無嘉, 憯莫懲嗟)

높이 솟은 저 남산에는,

넓디 넓은 언덕 있네.

빛나는 태사 윤씨여,

어찌 공평하게 다스리지 않는가?

하늘이 병을 내리니 난리 크게 일어나고,

백성들이 비방하여 원성 자자한데,

어찌 경계하지 않는가.

-윤씨대사, 유주지저(尹氏大師, 維周之氐)

-병국지균, 사방시유(秉國之均, 四方是維)

-천자시비, 비민불미(天子是毗, 俾民不迷)

-부조호천, 불의공아사(不弔昊天, 不宜空我師)

태사 윤씨는 주나라의 근본이라,

정사를 맡았으면 사방을 유지하며,

천자를 보좌하여 백성을 다스려야 하거늘,

무정한 하늘이여!

백성들을 곤궁하게 만들지 마옵소서.

-불궁불친, 서민불신(不躬不親, 庶民弗信)

-불문불사, 물망군자(弗問弗仕, 勿罔君子)

-식이식이, 무소인태(式夷式已, 無小人殆)

-쇄쇄인아, 즉무무사(瑣瑣姻亞, 則無膴仕)

친히 정사를 돌보지 않으면,

백성들은 믿지 않으니,

묻고 살피지 않으면서 사람들 속이지 마라.

마음이 바른 이를 쓰고,

소인을 물리치고 마음도 가라앉고,

그대가 바로 다스리면 쌓였던 원망도 멀어지리.

-호천불용, 강차국흉(昊天不傭, 降此鞠訩)

-호천불혜, 강차대려(昊天不惠, 降此大戾)

-군자여계, 비민심결(君子如屆, 俾民心闋)

-군자여이, 악노시위(君子如夷, 惡怒是違)

하늘의 명 고르지 않아,

이토록 환란 내리시네.

하늘이 사랑하지 않는가,

이토록 재앙을 내리시네.

그대가 바른 도리 지킨다면,

백성들 마음도 가라앉고,

그대가 바로 다스리면,

쌓였던 원망도 멀어지리.

-부조호천, 난미유정(不弔昊天, 亂靡有定)

-식월사생, 비민불녕(式月斯生, 俾民不寧)

-우심여정, 수병국성(憂心如酲, 誰秉國成)

-부자위정, 졸로백성(不自爲政, 卒勞百姓)

무정한 하늘이여!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여,

나날이 더 어려워지고,

백성들은 편안치 못하구나.

근심하길 술 취한 듯,

누가 이 나라 바로 다스릴 것인가?

스스로 정사를 돌보지 않아,

백성들이 고생하는구나.

-가피사모, 사모항령(駕彼四牡, 四牡項領)

-아첨사방, 축축미소빙(我瞻四方, 蹙蹙靡所騁)

-방무이악, 상이모의(方茂爾惡, 相爾矛矣)

-기이기역, 여상수의(旣夷旣懌, 如相酬矣)

네 마리의 말 수레 타니,

말들은 살찌고 튼튼하여,

내가 사방을 둘러보니,

달려갈 곳 하나 없네.

그대들 노래 지어 재앙의 원인을 캐려하니,

그대의 마음을 고쳐서,

온 나라 평화롭게 다스리길 바랄 뿐이네.

-호천불평, 아왕불녕(昊天不平, 我王不寧)

-불징기심, 복원기정(不懲其心, 覆怨其正)

-가보작송, 이구왕흉(家父作誦, 以究王訩)

-삭와이심, 이축만방(式訛爾心, 以畜萬邦)

하늘은 공평치 않아,

왕께서 편안치 않거늘,

그대들 마음을 바로 잡지 않고,

도리어 간하는 바른 말 원망하네.

가보가 노래 지어,

재앙의 원인을 캐려하니,

그대의 마음을 고쳐서,

온나라 평화롭게 다스리길 바랄 뿐이네.

  1. 정월

소인이 정권을 잡고 정치를 어지럽히자, 이를 탄식하는 노래이다.

주(周)나라 유왕과 포사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동주 초기의 작품인 듯하다.

점몽관은 벼슬 이름으로 점괘를 맡은 관리를 말한다.

-정월번상, 아심우상(正月繁霜, 我心憂傷)

-민지와언, 역공지장(民之訛言, 亦孔之將)

-염아독혜, 우심경경(念我獨兮, 憂心京景)

-애아소심, 서우이양(哀我小心, 癙憂以痒)

정월의 된서리여!

이내 마음 서글퍼라.

백성들의 뜬소문은,

매우 흉흉하게 퍼져가네.

나홀로 생각하며,

마음의 시름 그지 없으니,

소심한 마음 슬퍼하다가,

상심하여 병이 나네.

-부모생아, 호비아유(父母生我, 胡俾我癒)

-부자아선, 부자아후(不自我先, 不自我後)

-호언자구, 유언자구(好言自口, 莠言自口)

-우심유유, 시이유모(憂心愈愈, 是以有侮)

부모님 날 낳으셔,

어찌 병들게 하시는가.

먼저 좀 낳으시던가,

아니면 뒤에 낳지 않으시고,

때 맞춰 낳으셨네.

좋은 말도 입에 있고,

나쁜 말도 입에 있어,

근심은 한이 없으니,

도리어 업신여김 받는다네.

-우심경경, 염아무록(憂心惸惸, 念我無祿)

-민지무고, 병기신복(民之無辜, 幷其臣僕)

-애아인사, 우하종록(哀我人斯, 于何從祿)

-첨오원지, 우수지거(瞻烏爰止, 于誰之居)

근심하여 답답하니,

내 복이 없다 생각하네.

죄없는 백성들이,

모두 잡혀 가 종이 되는구나.

슬프도다,

우리 백성들은 어디에서 복 받으랴.

저 까마귀 어느 집에 앉을 것인가.

-첨피중림, 후신후증(瞻彼中林, 侯新侯蒸)

-민금방태, 시천몽몽(民今方殆, 視天夢夢)

-기극유정, 미인불승(旣克有定, 靡人弗勝)

-유황상제, 이수운증(有皇上帝, 伊誰云憎)

저기 숲속을 바라보니,

굵은 잣나무 무성하네.

백성들도 위태롭고,

하늘마저 밝지 않네.

하늘의 뜻이 정해지면,

이를 막을 자 없으니,

높으신 상제께서 누구를 미워하리오.

-위산개비, 위강위릉(謂山蓋卑, 爲岡爲陵)

-민지와언, 영막지징(民之訛言, 寧莫之懲)

-소피고로, 신지점몽(召彼故老, 訊之占夢)

-구왈여성, 수지오지자웅(具曰予聖, 誰知烏之雌雄)

산이 아무리 낮다 해도,

산 등성이 언덕 있네.

백성들의 그릇된 소문을,

어찌 경계하지 않나.

저 노인들께 물어보고,

점몽관에게 물어봐도,

모두 성인이라 말하니,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

-위천개고, 불감불국(謂天蓋高, 不敢不局)

-위지개후, 불감불척(謂地蓋厚, 不敢不蹐)

-유호사언, 유륜유척(維號斯言, 維倫有脊)

-애금지인, 호위훼척(哀今之人, 胡爲虺蜴)

하늘이 높다한들 몸을 굽히지 않을 수 없고,

땅이 얼마나 두터운지 모르나,

조심해 걷지 않을 수 없네.

부르짖는 이 말들이 도리에 맞고 일리가 있거늘,

슬프게도 지금 백성들은,

독사나 뱀처럼 되었는가?

-첨피판전, 유울기특(瞻彼阪田, 有菀其特)

-천지올아, 여불아극(天之扤我, 如不我克)

-피구아즉, 여불아득(彼求我則, 如不我得)

-집아구구, 역불아력(執我仇仇, 亦不我力)

저기 산비탈 자갈밭을 바라보니,

홀로 자란 싹이 있네.

하늘의 노하심도,

나를 이기시지 못하는 듯하네.

저들이 내 잘못을 찾는 정성이,

이루 말할 수 없더니,

이제 나를 원수처럼 잡아 가두니,

내 힘에 겹도다.

-심지우의, 여혹결지(心之憂矣, 如或結之)

-금자지정, 호연려의(今玆之正, 胡然厲矣)

-요지방양, 영혹멸지(燎之方揚, 寧或滅之)

-혁혁종주, 포사혈지(赫赫宗周, 褒姒烕之)

마음의 시름이 가슴에 엉겨 맺혀있네.

지금의 정사는 어찌 그리 사나운가?

불길이 타오를 때 누가 끌 수 있으리오.

빛나는 주나라를 포사가 망하게 하는구나.

-종기영회, 우군음우(終其永懷, 又窘陰雨)

-기거기재, 내기이보(其車旣載, 乃棄爾輔)

-재수이재, 장백조여(載輸爾載, 將伯助予)

앞일을 생각하며 끝없이 슬퍼하니,

장마비가 내린다네.

수레에 짐을 싣고 짐판을 떼어버리니,

짐이 떨어지면 누가 너를 돕겠는가?

-무기이보, 원우이복(無棄爾輔, 員于爾輻)

-누고이복, 불수이재(屢顧爾僕, 不輸爾載)

-종유절험, 증시불의(終踰絶險, 曾是不意)

그대의 짐판 버리지 말고 바퀴살을 늘리고,

그대의 마부를 보살피면,

어찌 짐이 떨어지겠는가?

험한 길도 잘 넘어가,

생각보다 수월하리라.

-어재우소, 역비극락(魚在于沼, 亦匪克樂)

-잠수복의, 역공지소(潛雖伏矣, 亦孔之炤)

-우심참참, 염국지위학(憂心慘慘, 念國之爲虐)

연못에 물고기 있으나,

즐겁지가 않다네.

깊은 물속에 숨었으나,

매우 밝게 보이네.

마음이 참담하여 나라의 폭정 탓하도다.

-피유지주, 우유가효(彼有旨酒, 又有嘉殽)

-흡비기린, 혼인공운(洽比其鄰, 昏姻孔云)

-염아독혜, 우심은은(念我獨兮, 憂心慇慇)

저들에게 맛좋은 술과 좋은 안주 있어,

이웃들과 친하게 잘 지내고,

친척들에게 베풀거늘,

나만 홀로 외로이 근심하며 아파하네.

-차차피유옥, 속속방유곡(佌佌彼有屋, 蔌蔌方有穀)

-민금지무록, 천요시탁(民今之無綠, 天夭是椓)

-가의부인, 애차경독(哿矣富人, 哀此惸獨)

소인들도 집이 있고 천한 이도 복을 받거늘,

지금 복 없는 사람 살 길 없고 굶주리네.

하늘의 재앙인가?

부자야 괜찮지만 홀아비와 고아처럼,

외로운이 불쌍하여 슬프구나.

  1. 시월지교(十月之交)/시월이 되니

주나라 유왕을 풍자한 노래이다.

유왕 때 실제로 일식, 월식, 지진 등의 이변이 자주 있었고, 이런 현상을 당시 사람들은 나라가 망할 조짐으로 받아들였다.

4연에 당시 정치를 어지럽힌 사람들의 이름과 직책이 나열되어 있다.

-시월지교, 삭일신묘(十月之交, 朔日辛卯)

-일유식지, 역공지추(日有食之, 亦孔之醜)

-피월이미, 차일이미(彼月而微, 此日而微)

-금차하민, 역공지애(今此下民, 亦孔之哀)

해와 달이 만나는 신묘일에,

일식이 일어나니 매우 나쁜 일이네.

지난번엔 월식이 있었고,

이번에는 일식이 일어나니,

지금 우리 백성들은 참으로 가엾구나.

-일월고흉, 불용기행(日月告凶, 不用其行)

-사국무정, 불용기량(四國無政, 不用其良)

-피월이식, 즉유기상(彼月而食, 則維其常)

-차일이식, 우하불장(此日而食, 于何不臧)

해와 달이 흉사를 알리니,

하던대로 하지 않고,

온 나라에 정사가 어지러워,

어진이를 쓰지 않음이네.

저 달이 먹힘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 해가 먹힘은 어찌 이리 불길한가?

-엽엽진진, 불녕불령(爗爗震震, 不寧不令)

-백천비등, 산가줄붕(百川沸騰, 山家崒崩)

-고안위곡, 심곡위릉(高岸爲谷, 深谷爲陵)

-애금지인, 호참막징(哀今之人, 胡憯莫懲)

천둥 번개 번쩍임은 불안하고,

좋지 않은 일이라.

온갖 시내 끓어 넘쳐,

산과 집들이 무너지네.

높은 언덕 골짜기 되고,

깊은 골짜기 구릉되니,

지금 백성들은 슬퍼하고,

어찌 이런 일을 막으려고 하지 않나.

-황보경사, 번유사도(皇父卿士, 番維司徒)

-가백유제, 중윤선부(家伯維帝, 仲允膳夫)

-추자내사, 궐유취마(棸子內史, 蹶維趣馬)

-우유사씨, 염처선방처(楀維師氏, 豔妻煽方處)

경사인 황보와 사도인 파씨는,

총재인 가백과 선부인 중윤,

내사인 추자, 추마인 궤씨, 사씨인 거씨와,

한창 때인 포사와 함께 어울리네.

-억차황보, 기왈불시(抑此皇父, 豈曰不時)

-호위아작, 불즉아모(胡爲我作, 不卽我謨)

-철아장옥, 전졸오래(徹我醬屋, 田卒汙萊)

-왕여부장, 예즉연의(王予不戕, 禮則然矣)

이 사람 황보는 어찌 좋지 않다 말하나,

우릴 부리면서 어찌 우리에게 의논하지 않고,

내 집과 담장을 헐어버려 내 밭은 쑥대밭이 되었네.

자기 탓이 아니라 예법이 그리한 것이라네.

-황보공성, 작도우상(皇父孔聖, 作都于向)

-택삼유사, 단후다장(擇三有事, 亶侯多藏)

-불은유일로, 비수아왕(不憖遺一老, 俾守我王)

-택유거마, 이거조상(擇有車馬, 以居徂向)

황보는 성인인 듯 상땅에 도읍을 만들고,

삼경을 새로 뽑아 일을 시키되,

재물을 많이 모은 자들이네.

한 사람의 원로라도 임금을 위해 남겨놓지 않고,

수레와 말 잇는 사람들을 모두 상땅으로 데려가네.

-민면종사, 불감고로(黽勉從事, 不敢告勞)

-무죄무고, 참구효효(無罪無辜, 讒口囂囂)

-하민지얼, 비강자천(下民之蘖, 匪降自天)

-준답배증, 직경유인(噂沓背憎, 職競由人)

힘들여 일하면서도 고되다 말 못하고,

죄와 허물 없는데도 헐뜯는 말 자자하네.

백성들이 빋는 재앙 하늘이 내린게 아니라,

모이면 떠들고 돌아서면 미워하며 다투어서라네.

-유유아리, 역공지매(悠悠我里, 亦孔之痗)

-사방유선, 아독거우(四方有羨, 我獨居憂)

-민막불일, 아독불감휴(民莫不逸, 我獨不敢休)

-천명불철, 아불감효아우자일(天命不徹, 我不敢傚我友自逸)

끝없는 나의 시름이여,

가슴 깊이 병들었네.

사방이 기뻐하거늘,

나만 홀로 근심하네.

남들은 다 편안한데,

나만 홀로 쉬지 못하니,

천명을 따르지 않아,

친구처럼 즐기지 못하네.

  1. 우무정(雨無正)/그치지 않는 비

주나라가 동쪽으로 도읍을 옮길 때 따라가지 못한 사람들이 부른 노래이다.

보통 시경의 제목은 첫 줄에서 따 붙였는데, 이 시의 원제목인 '우무정'은 시에 나오지 않는다.

삼가시(三家詩)의 하나인 한시에는 이 시의 첫 부분이 '끝없이 비내리니, 우리 농사 다 망쳤네.'라는 두 구가 더 있었다고 한다.

'극(極)'이나 '정(正)'은 모두 끝이라는 뜻이니 이 시의 제목은 '끝없이 비가 내린다'라는 뜻이다.

곧 어지러운 정치가 끝없이 계속되어 백성들의 삶을 다 망쳤다는 비유이다.

-호호호천, 불준기덕(浩浩昊天, 不駿其德)

-강상기근, 참벌사국(降喪饑饉, 斬伐四國)

-민천질위, 불려불도(旻天疾威, 弗廬不圖)

-사피유죄, 기복기고(舍彼有罪, 旣伏其辜)

-약차무죄, 윤서이포(若此無罪, 淪胥以鋪)

넓고 넓은 저 하늘의 은덕이 일정치 않아,

난리와 흉년을 내리시어 천하를 베어 버리네.

하늘이 성냄은 바르지 못한 인간에게 이유가 있음이나,

죄 지은 무리를 버려두어 그들의 죄가 숨겨지고,

죄없는 사람들마저 모두 괴로움을 당하누나.

-주종기멸, 미소지려(周宗其滅, 靡所止戾)

-정대부이거, 막지아예(正大夫離居, 莫知我勩)

-삼사대부, 막긍숙야(三事大夫, 莫肯夙夜)

-방군제후, 막긍조석(邦君諸侯, 莫肯朝夕)

-서왈식장, 복출위악(庶曰式臧, 覆出爲惡)

주나라가 이미 멸망하여 머물러 살 곳 없고,

올바른 관리들 모두 흩어져서,

우리의 괴로움 알지 못하네.

삼공과 대부들은 밤낮으로 일하지 않고,

나라의 제후들도 조석으로 임금께 문안 드리지 않으니,

행여 나아질까 바랬지만 더욱 나빠지기만 하네.

-여하호천, 벽언불신(如何昊天, 辟言不信)

-여피행매, 즉미소진(如彼行邁, 則靡所臻)

-범백군자, 각경이신(凡百君子, 各敬爾訊)

-호불상외, 불외우천(胡不相畏, 不畏于天)

어찌하여 하늘이여! 옳은 말을 믿지 않나,

이 나라 이대로 가다가는 어찌될지 모르겠네.

여러 사람들아! 스스로 몸을 삼가고 공경하여라.

어찌 두려워하지 않는가.

하늘이 두렵지 아니한가.

-융성불퇴, 기성불수(戎成不退, 飢成不遂)

-증아설어, 참참일췌(曾我暬御, 憯憯日瘁)

-범백군자, 막긍용신(凡百君子, 莫肯用訊)

-청언즉답, 참언즉퇴(聽言則答, 譖言則退)

난리나도 물리치지 않고 굶주려도 손을 쓰지 못하니,

우리 가까운 신하들만 근심으로 병든다네.

여러 사람들아! 바른 말은 묻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듣고 답하며,

거슬리는 말은 물리치누나.

-애재불능언, 비설시출(哀哉不能言, 匪舌是出)

-유궁시췌, 가의능언(維躬是瘁, 哿矣能言)

-교언여류, 비궁처휴(巧言如流, 俾躬處休)

슬프다 말 못함이여!

혀 한번 움직이면 지체없이 몸이 병들도다.

좋겠구나 말 잘하는이여!

교묘한 말 물 흐르듯 제몸들만 편히 사네.

-유왈우사, 공극차태(維曰于仕, 孔棘且殆)

-운불가사, 득죄우천자(云不可使, 得罪于天子)

-역운가사, 원급붕우(亦云可使, 怨及朋友)

나도 벼슬살이 한다지만 위태롭기 그지없네.

일을 그만 두려하나 천자께 죄스럽고,

일을 계속 하려하니, 벗들에게 원망을 사네.

-위이천우왕도, 왈여미유실가(謂爾遷于王都, 曰予未有室家)

-서사읍혈, 무언부질(鼠思泣血, 無言不疾)

-석이출거, 수종작이실(昔爾出居, 誰從作爾室)

서울로 옮기라지만 집 없다고 핑게 대네.

근심에 피눈물 흘리고 아프지 않은 곳 없으니,

옛날 그대들이 나가 살 때,

누가 그대를 따라가 집을 주어 주었던가.

4권

소민지십(小旻之什)

  1. 소민(小旻)/높은 하늘

왕이 사특한 꾀임에 빠짐을 풍자한 노래이다.

이 시에서부터 4편의 제목은 차례로 소민(小旻), 소완(小宛), 소반(小弁), 소명(小明)인데, 소아(小雅)의 작품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소(小)자를 붙였다고 한다.

-민천질위, 부우하토(旻天疾威, 敷于下土)

-모유회휼, 하일사저(謀猶回遹, 何日斯沮)

-모장부종, 하장복용(謀臧不從, 下臧覆用)

-아시모유, 역공지공(我視謀猶, 亦孔之邛)

높은 하늘의 사나운 위엄이 이 땅에 퍼져서,

일을 꾀함이 간사하니 언제나 그치려나.

좋은 계책을 따르지 않고 나쁜 계책을 도리어 따르니,

그 계책을 바라보니 매우 병폐가 많도다.

-흡흡자자, 역공지애(潝潝訿訿, 亦孔之哀)

-모지기장, 즉구시위(謀之其臧, 則具是違)

-모지부장, 즉구시의(謀之不臧, 則具是依)

-아시모유, 이우호저(我視謀猶, 伊于胡底)

서로 잘 지내다가 헐뜯으니 매우 슬픈 일이로다.

계책 중에 좋은 것은 모두가 반대하고,

계책 중에 나쁜 것은 모두가 따라가네.

그 계책을 바라보니 어찌될지 모르겠도다.

-아귀기염, 불아고유(我龜旣厭, 不我告猶)

-모부공다, 시용부집(謀夫孔多, 是用不集)

-발언영정, 수감집기구(發言盈庭, 誰敢執其咎)

-여비행매모, 시용부득우도(如匪行邁謀, 是用不得于道)

점치는 거북도 미워하여,

우리에게 좋은 계책을 알려주지 않고,

꾀하는 이 너무 많아 일이 되지 않네.

말하는 사람 뜰에 가득하니,

그 허물 누가 책임지려나.

길은 가지 않고 말만 많으니,

길을 갈 수 없네.

-애재위유, 비선민시정(哀哉爲猶, 匪先民是程)

-비대유시경, 유이언시청(匪大猶是經, 維邇言是聽)

-여피축실우도모, 시용불궤우성(如彼築室于道謀, 是用不潰于成)

슬프다 계책이여! 옛사람을 따르지 않고,

올바른 길도 따르지 않으며,

경박한 말만 듣고서 경박한 말로 서로 다투니,

집 짓는 자가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 같으니,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네.

-국수미지, 혹성혹부(國雖靡止, 或聖或否)

-민수미무, 혹철혹모(民雖靡膴, 或哲或謀)

-혹숙혹예, 여피유천(或肅或艾, 如彼流泉)

-무륜서이패(無淪胥以敗)

국론이 일정치 않아 혹은 좋고 혹은 나쁘고,

백성은 비록 많지 않으나 혹은 밝고 지모 있으며,

어떤 이는 신중하고 잘 다스리도다.

저 흐르는 샘물처럼 모두 다 패망하지는 말지어다.

-불감포호, 불감빙하(不敢暴虎, 不敢馮河)

-인지기일, 막지기타(人知其一, 莫知其他)

-전전경경, 여임심연, 여이박빙(戰戰競競, 如臨深淵, 如履薄冰)

감히 맨손으로 호랑이 못 잡고,

걸어서 황하를 못 건너니,

사람들은 그런 것은 알지만,

그 밖의 것은 모르는구나.

두려워하고 삼가서 깊은 연못 건너듯이,

살얼름을 밟듯이 해야하도다.

  1. 소완(小宛)/비둘기

시국의 어지러움을 한탄하면서 부모님을 생각하여 자신의 행동을 경계하고 자식을 잘 가르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다.

옛날에는 나나니벌이 뽕나무 벌레의 어린 새끼를 나무에서 업어다가 키워서 7일만에 자기 새끼로 만든다고 믿었다.

실제로는 나나니벌이 뽕나무벌레 새끼를 잡아먹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러한 비유로 자식을 훌륭히 교육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완피명구, 한비려천(宛彼鳴鳩, 翰飛戾天)

-아심우상, 염석선인(我心憂傷, 念昔先人)

-명발불매 유회이인(明發不寐, 有懷二人)

작은 저 비둘기 날개치며 하늘로 날아가고,

내 마음 시름에 겨워 옛사람을 생각하니,

날이 새도록 잠 못 이루며 부모님 그리워하네.

​-인지제성, 음주온극(人之齊聖, 飮酒溫克)

-피혼부지, 일취일부(彼昏不知, 壹醉日富)

-각경이의, 천명불우(各敬爾儀, 天命不又)

위엄있고 슬기로운 사람은 술을 마셔도 온유하고,

무지하고 지각 없는 사람은 날로 취해 행패 심해지네.

각자 행동을 삼가하라.

천명은 다시 오지 않는다.

-​중원유숙, 서민채지(中原有菽, 庶民采之)

-명령유자, 과라부지(螟蛉有子, 蜾臝負之)

-교회이자, 식곡사지(敎誨爾子, 式穀似之)

언덕 위에 열린 콩을 사람들이 따고 있네.

뽕나무 벌레 새끼 낳으면,

나나니 벌이 업어 주네.

자식들을 잘 가르쳐,

너와 같이 착하게 하리라.

-제피척령, 재비재명(題彼脊令, 載飛載鳴)

-아일사매, 이월사정(我日斯邁, 而月斯征)

-숙흥야매, 무첨이소생​(夙興夜寐, 無忝爾所生)

저 할미새 바라보니 날아가며 지저귀고,

나는 날로 나아지고 달로 나아가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들며,

낳아주신 부모님 뇩되게 하지 말아라.

-교교상호, 솔장탁속(交交桑扈, 率場啄粟)

-애아전과, 의안의옥(哀我塡寡, 宜岸宜獄)

-악속출복, 자하능곡(偓粟出卜, 自何能穀)

청작새 날아와서 마당의 곡식을 쪼니,

슬프도다 병들고 가난한이여.

옥살이가 더 나으리라,

곡식 한 줌 내어 점 치니 어찌하면 좋아질까?

-온온공인, 여집우목(溫溫恭人, 如集于木)

-췌췌소심, 여림우곡(惴惴小心, 如臨于谷)

-전전경경, 여리박빙​(戰戰競競, 如履薄冰)

부드럽고 공손한 이는 나무 위에 앉은 듯 두려워하고,

조심함이 깊은 골짜기에 있는 듯 삼가면서,

살얼음을 밟는 듯하네.

  1. 소반(小弁)/갈가마귀

주나라 유왕이 포사를 총애하여 태자 의구를 폐하자, 태자의 스승이 풍자하여 지었다고 한다.

이 시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식의 억울함과 괴로움을 표현하였다.

-반피여사, 귀비제제(弁彼鸒斯, 歸飛提提)

-민막불곡, 아독우리(民莫不穀, 我獨于罹)

-하고우천, 아죄이하(何辜于天, 我罪伊何)

-심지우의, 운여지하​(心之憂矣, 云如之何)

푸드득 갈가마귀 떼지어 날아,

보금자리 찾아 돌아가네.

백성들 모두 불행한 이 없건만,

나만 홀로 근심하네.

하늘이 무슨 죄 있으며,

내 죄는 무엇인가?

마음의 시름이여!

어찌해야 좋을까?

-척척주도, 국위무초(踧踧周道, 鞠爲茂草)

-아심우상, 녁언여도(我心憂傷, 惄焉如擣)

-가매영탄, 유우용로(假寐永嘆, 維憂用老)

-심지우의, 진여질수​(心之憂矣, 疢如疾首)

탁 트인 한 길에 잡초가 무성하네,

마음의 상처와 시름이여!

방망이 치는듯 하네.

선잠 자다가 탄식하며 근심으로 늙어가네.

마음의 근심이여!

머리는 깨지는 듯 아파오네.

-​유상여재, 필공경지(維桑輿梓, 必恭敬止)

-미첨비부, 미의비모(靡瞻匪父, 靡依匪母)

-불속우모, 불리우리(不屬于毛, 不離于裏)

-천지생아, 아신안재(天之生我, 我辰安在)

뽕나무 가래나무도,

반드시 공경함에 뜻이 있으니,

우러러보매 아버지요 의지할 땐 어머니네.

터럭도 이어받고 살결도 물러받았는데,

날 낳으신 하늘이여!

내 좋은 때는 어디 있는가?

-울피유사, 명조혜혜(菀彼柳斯, 鳴蜩暳暳)

-유최자연, 추위비비(有漼者淵, 雈葦淠淠)

-비피주류, 부지소계(譬彼舟流, 不知所屆)

-심지우의, 불황가매(心之憂矣, 不遑假寐)

우거진 버드나무에는 매미가 한가이 울고,

깊고 깊은 연못에는 갈대가 무성한데,

물에 뜬 저 배처럼 어디로 갈 지 모르니,

마음의 근심이여 선잠도 잘 새 없네.

-녹사지분, 유족기기(鹿斯之奔, 維足伎伎)

-치지조구, 상구기자(雉之朝雊, 尙求其雌)

-비피회목, 질용무지(譬彼壞木, 疾用無枝)

-심지우의, 영막지지(心之憂矣, 寧莫之知)

사슴이 달아날 때는 그 발걸음 재빠르고,

아침에 우는 꿩 암놈 찾기 때문인데,

병든 저 나무처럼 가지 하나 없는 신세,

마음의 근심이여 그 누가 알아주겠는가?

-상피투토, 상혹선지(相彼投兎, 尙或先之)

-행유사인, 상혹근지(行有死人, 尙或墐之)

-군자병심, 유기인지(君子秉心, 維其忍之)

-심지우의, 체기운지(心之憂矣, 涕旣隕之)

그물 걸린 저 토끼도 빠저나가는 놈 있고,

길에서 죽은 사람도 묻어줄 이 있건만,

그대 마음은 어찌 그리 잔인한가,

마음의 시름이여 눈물만 볼을 적시네.

​​​​

-​군자신참, 여혹수지(君子信讒, 如或酬之)

-군자불혜, 불서구지(君子不惠, 不舒究之)

-벌목기의, 석신치의(伐木掎矣, 析薪祂矣)

-사피유죄, 여지타의(舍彼有罪, 予之佗矣)

그대 참소 믿는 것이 권하는 술잔 받아들 듯하며,

그대 사랑하지 않으니 자세히 살펴보지 않네.

나무 벨 때는 위를 떠받치며,

장작 팰 때는 결 따라 쪼개거늘,

죄 있는 자 놓아두고 내게 죄를 지우네.

-​막고비산, 막준비천(莫高匪山, 莫浚匪泉)

-군자무이유언, 이속우원(君子無易由言, 耳屬于垣)

-무서아량, 무발아구(無逝我梁, 無發我笱)

-아궁불열, 황휼아후(我躬不閱, 遑恤我後)

높지 않으면 산이 아니요,

깊지 않으면 샘이 아니니,

그대여 말을 가벼히 하지 마라.

담장에도 귀가 있나니.

내 어살에는 가지 말며,

통발을 꺼내지 마오.

내 몸조차 못 돌보니 내 뒷일 걱정하라오.

  1. 교언(巧言)/교묘한 말

참소하는 사람을 풍자한 시이다.

소인의 참소를 그대로 믿고 화자 자신을 내쫒은 윗사람을 합해 풍자하고 있다.

-유유호천, 왈부모차(悠悠昊天, 曰父母且)

-무죄무고, 난여차무(無罪無辜, 亂如此憮)

-호천이위, 여신무죄(昊天已威, 予愼無罪)

-호천태무, 여신무고(昊天泰憮, 予愼無辜)

아득히 먼 저 하늘을 부모라고 이르지만,

죄도 허물도 없는데 이리도 큰 난을 당할 줄이야.

하늘이 벌을 내렸으나 나에게는 정말 죄 없으니,

크고 큰 하늘이여 내게는 진정 허물이 없네.

-난지초생, 참시기함(亂之初生, 僭始旣涵)

-난지우생, 군자신참(亂之又生, 君子信讒)

-군자여노, 난서천저(君子如怒, 亂庶遄沮)

-군자여지, 난서천이(​君子如祉, 亂庶遄已)

난이 처음 생겨남은 참소 받아주어서이고,

난이 또 생긴 것은 그대 맏가 때문이네.

그대 참언에 노하신다면 난이 빨리 그칠 것이고,

그대 바른 말에 기뻐한다면,

난이 바로 끝날 것이네.

-군자누맹, 난시용장(君子屢盟, 亂是用長)

-군자신도, 난시용포(君子信盜, 亂是用暴)

-도언공감, 난시용담(盜言孔甘, 亂是用餤)

-비기지공, 유왕지공(匪其之共, 維王之邛)

그대 맹약 자주 바꾸시니 난이 더해지고,

그대 참소 믿는지라 난이 더욱 심해지네.

도적의 말 달게 여기시니 난이 더욱 나아가고,

맡은 일 하지 않으니 임금의 재앙 되었네.

​​

-​혁혁침묘, 군자작지(奕奕寢廟, 君子作之)

-질질대유, 성인막지(秩秩大猷, 聖人莫之)

-타인유심, 여촌도지(他人有心, 予忖度之)

-약약참토, 우견획지(躍躍毚兎, 遇犬獲之)

크게 빛나는 종묘는 그대가 지었으며,

가지런한 법들은 성인께서 정하셨네.

다른 사람 마음 헤아릴 수 있으니,

깡총 뛰는 재삐른 토끼도 사냥개 만나면 잡히리라.

-​임염유목, 군자수지(荏染柔木, 君子樹之)

-왕래행언, 심언수지(往來行言, 心焉數之)

-사사석언, 출자구의(蛇蛇碩言, 出自口矣)

-교언여황, 안지후의(巧焉如篁, 顔之厚矣)

부드러운 좋은 나무 그대가 심었으며,

오고 가는 떠도는 말 마음으로 분별하리니,

실속없는 큰소리도 입으로부터 나오고,

음악 같은 교묘한 말은 뻔뻔한 사람들이 하는 거네.

-피하인사, 거하지미(彼何人斯, 居河之糜)

-무권무용, 직위난계(無拳無勇, 職爲亂階)

-기미차종, 이용이하(旣微且尰, 爾勇伊何)

-위유장다, 이거도기하(爲猶將多, 爾居徒幾何)

저 사람은 누구인가,

황하 기슭에 살며 힘도 용기도 없으면서,

난리 일으키는 것을 일삼고 있네.

종기 난 다리로 무슨 용기 있겠는가.

모략질을 일삼으니 네 패거리 얼마나 되겠는가.

  1. 하인사(何人斯)/저 사람은

친구 사이가 소원해지자 절교하는 뜻을 노래했다.

'모시서'에는 소공(蘇公)이, 친구인 포공(暴公)이 경사(卿士)가 되어 자신을 헐뜯자 이 시를 지어 풍자했다고 하였다.

질나팔은 흙으로 만든 악기이고, 저는 대나무로 만든 악기이다.

둘다 불어서 소리를 낸다.

-피하인사, 기심공간(彼何人斯, 其心孔艱)

-호서아량, 불입아문(胡逝我梁, 不入我門)

-이수운종, 유포지운(伊誰云從, 維暴之云)

저 사람은 누구인가, 마음씨가 험상궂네.

내 어살엔 가면서도 내 집에는 안 들리니,

누구를 따라 다니는가 사납기도 하구나.

-이인종행, 수위차화(二人從行, 誰爲此禍)

-호서아량, 불입언아(胡逝我梁, 不入唁我)

-시자불여금, 운불아가(始者不如今, 云不我可)

두 사람이 함께 가다가 누가 이런 화를 만들었나,

내 어살엔 가면서도 나를 찾지 않으니,

처음에는 지금처럼 나쁘다고 말하지 않았네.

-피하인사, 호서아진(彼何人斯, 胡逝我陳)

-아문기성, 불견기신(我聞其聲, 不見其身)

-불괴우인, 불외우천(不愧于人, 不畏于天)

저 사람은 누구인가 어찌 내 뜰을 지나가며,

말소리는 들리는데 그 몸은 보지 못하니,

인간에게 부끄럽지 않다해도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피하인사, 기위표풍(彼何人斯, 其爲飄風)

-호불자북, 호불자남(胡不自北, 胡不自南)

-호서아량, 기교아심(胡逝我梁, 祇攪我心)

저 사람은 누구인가 사나운 바람 같네.

어찌 북쪽에서 오지 않고 남쪽에서도 아니 오며,

내 어살엔 어찌 가서 내 마음을 휘젓는가.

-이지안행, 역불황사(爾之安行, 亦不遑舍)

-이지극행, 황지이거(爾之亟行, 遑脂爾車)

-일자지래, 운하기우(壹者之來, 云何其旴)

천천히 다닐 때도 내개 올 틈 없었으니,

그대 빨리 갈 때는 수레에 기름 칠 틈 있겠는가.

한번쯤 들러주면 이리 기다리겠는가.

-이황이입, 아심이야(爾遑而入, 我心易也)

-환이불입, 부난지야(還而不入, 否難知也)

-일자지래, 비아기야(壹者之來, 俾我祇也)

돌아올 때 찾아주면 내 마음 편하련만,

돌아올 때도 안 들르니 그 마음을 알 수 없네.

한번쯤 들러주면 내 마음 편안하리.

​​​​​

-​백씨취훈, 중씨취지(伯氏吹壎, 仲氏吹篪)

-급이여관, 양불아지(及爾如貫, 諒不我知)

-출차삼물, 이저이사(出此三物, 以詛爾斯)

맏형은 질나팔 불고 둘째형은 저를 부네.

줄에 꿴듯 함께 지내려니 끝내 나를 몰라주네.

개 돼지 닭 잡아 놓고 그대에게 맹세하리.

-위귀위역, 즉불가득(爲鬼爲蜮, 則不可得)

-유전면목, 시인망극(有靦面目, 視人罔極)

-작차호가, 이극반측(作此好歌, 以極反側)

귀신이나 물여우라면 볼 수 없겠으나,

버젓이 있는 얼굴 내게는 안 보이네.

좋게 노래 지어 너의 잘못을 따지네.

  1. 항백(巷伯)/내시

​내시인 맹자가 참소하는 사람들을 풍자하여 부른 노래이다.

원제목인 '항백'은 내시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고 맹자, 항백이라고 막연히 말한 것은 화가 자신에게로 미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처혜비혜, 성시패금(妻兮斐兮, 成是貝錦)

-피참인자, 역이대심(彼譖人者, 亦已大甚)

형형색색 아름답게 조개 무늬 비단을 짜네.

남을 참소하는 사람 너무 심하다네.

-차혜치혜, 성시남기(哆兮侈兮, 成是南箕)

-피참인자, 수적여모(彼譖人者, 誰適與謨)

크고 크게 벌어져서 남쪽 성을 이루었네.

남을 참소하는 사람 누구와 모의하나.

​​

-즙즙편편, 모욕참인(緝緝翩翩, 謨欲譖人)

-신이언야, 위이불신(愼爾言也, 謂爾不信)

떼로 몰려 소근대며 남을 참소하려 하네.

너의 말을 삼가라 끝내 믿지 않으리라.

-첩첩번번, 모욕참언(捷捷幡幡, 謨欲譖言)

-기불이수, 기기여천(豈不爾受, 旣其女遷)

교활하게 속이고 속여 헐뜯으려 하네.

너의 참소 듣지만 너에게로 옮겨 가리라.

-교인호호, 노인초초(驕人好好, 勞人草草)

-창천창천, 시피교인, 긍차노인(蒼天蒼天, 視彼驕人, 矜此勞人)

교만한 이 좋아하고 수고하는 이 근심하네.

푸르고 푸른 하늘이여 교만한 이 살피고 고생하는 이 살피소서.

-피참인자, 수적여모(彼譖人者, 誰適與謨)

-취피참인, 투비시호(取彼譖人, 投畁豺虎)

-시호불식, 투비유북(豺虎不食, 投畁有北)

-유북불수, 투비유호(有北不受, 投畁有昊)

남을 참소하는 사람 누구와 함께 꾀하는가,

참소하는 사람 잡아다가 이리나 범에게 던져주리.

이리나 범이 먹지 않으면 북녘 땅에 버리리라.

북녘 땅도 안 받으면 하늘에다 던져 버리리라.

​​​​

-​양원지도, 의우묘구(楊園之道, 猗于畝丘)

-시인맹자, 작위차시(寺人孟子, 作爲此詩)

-범백군자, 경이청지(凡百君子, 敬而聽之)

양원으로 난 길은 묘구로 뻗어 있네.

내시인 맹자가 이 시를 지어 노래하니,

세상 모든 관리들은 공경하여 들어주시게.

  1. 곡풍(谷風)/골바람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인의 노래이다.

-​습습곡풍, 유풍급우(習習谷風, 維風及雨)

-장공장구, 유여여여(將恐將懼, 維予與女)

-장안장락, 여전기여(將安將樂, 女轉棄予)

산들산들 골바람 불어 비바람 함께 하네.

두려워 살기 어려울 때는 나와 그대뿐이더니,

편안하게 되어서는 도리어 나를 버리는가?

-습습곡풍, 유풍급우(習習谷風, 維風及雨)

-장공장구, 치여우회(將恐將懼, 寘予于懷)

-장안장락, 기여여유(將安將樂, 棄予如遺)

산들산들 골바람 불어 비바람 함께 하네.

두려워 살기 어려울 땐 나를 가까이 하시더니,

편안하게 되어서는 나를 잊어버리는가?

​​

-​습습곡풍, 유산최외(習習谷風, 維山崔嵬)

-무초불사, 무목불위(無草不死, 無木不葦)

-망아대덕, 사아소원(忘我大德, 思我小怨)

산들산들 골바람 불어 높은 산 넘어오네.

죽지 않는 풀 없으며 시들지 않는 나무 없으니,

내 큰 은혜 잊고서 작은 허물만 생각하는가?

  1. 육아(蓼莪)/우북한 쑥

효자의 지극한 효심을 노래했다.

봄에 나오는 쑥은 햇쑥(莪)이고, 대가 길게 다 잘랐을 때는 다북쑥(蒿)이다.

어린 자식이 어른이 되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은 물통에다 물을 길어 큰 물항아리에다 부어서 채우는데, 효도하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을 텅빈 물통에다 비유하였다.

옛부터 효자들은 이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가 없다 한다.

-육륙자아, 비아이호(蓼蓼者莪, 匪莪伊蒿)

-애애부모, 생아구로(哀哀父母, 生我劬勞)

-육륙자아, 비아이호(蓼蓼者莪, 匪莪伊蒿)

-애애부모, 생아노췌(哀哀父母, 生我勞瘁)

우북한 햇쑥이 햇쑥이 아니라 다북쑥이네.

슬프구나 우리 부모님 날 낳으시고 고생하셨네.

우북한 햇쑥이 햇쑥이 아니라 제비쑥이네.

우리 부모님 날 낳으시고 고생하시어 병드셨네.

-병지경의, 유뢰지치(缾之罄矣, 維罍之恥)

-선민지생, 불여사지구의(鮮民之生, 不如死之久矣)

-무부하호, 무모하시(無父何怙, 無母何恃)

-출즉함휼, 입즉미지(出則銜恤, 入則靡至)

물뜨는 통 비었으니 물항아리 부끄럽네.

약한 백성의 살림살이 죽느니만 못하다네.

아버님 없이 누굴 믿고 어머님 없이 누굴 의지하리.

나가도 걱정 들어와도 마음 쉴 곳이 없네.

​​

-​부혜생아, 모혜국아(父兮生我, 母兮鞠我)

-부아축아, 장아육아(拊我畜我, 長我育我)

-고아복아, 출입복아(顧我復我, 出入腹我)

-욕보지덕, 호천망극(欲報之德, 昊天罔極)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셨네.

쓰다듬고 먹여주며 키우시고 돌보며,

돌아보고 안아주며 들고 날때 안아주시니,

큰 은혜 보답하려 해도 하늘처럼 끝이 없네.

-​남산열렬, 표풍발발(南山烈烈, 飄風發發)

-민막불곡, 아독하해(民莫不穀, 我獨何害)

-남산율률, 표풍불불(南山律律, 飄風弗弗)

-민막불곡, 아독불졸(民莫不穀, 我獨不卒)

남산은 높고 높아 회오리 바람 몰아치네.

남들은 모두 무고한데 나만 홀로 애태우네.

남산은 우뚝 솟아 회오리 바람 몰아치네.

남들은 모두 무고한데 나만 홀로 모시지 못하네.

  1. 대동(大東)/대동 마을

주(周)나라 동쪽에 있는 마을이 서쪽에 있는 마을에게 차별 대우를 받는 괴로움을 노래했다고 한다.

동쪽에 있는 마을은 아마도 주(周)나라에게 멸망 당한 은(殷)나라의 유민들일 것이다.

장경성은 태백성이고, 필성은 28자리의 열아홉번째 자리로 서쪽에 있다.

-유몽궤손, 유구극비(有饛簋飱, 有捄棘匕)

-주도여지, 기직여시(周道如砥, 其直如矢)

-군자소리, 소인소시(君子所履, 小人所視)

-권언고지, 산언출체(睠言顧之, 潸言出涕)

가득한 밥그릇에 가시나무 수저로다.

큰길이 숫돌같아 곧기가 화살같구나.

그대가 밟고 가니 아랫사람 우러러 보니,

이 길을 돌아보곤 눈물 흘러 볼을 적시네.

-소동대동, 저유기공(小東大東, 杼柚其空)

-규규갈구, 가이이상(糾糾葛屨, 可以履霜)

-조조공자, 행피주행(佻佻公子, 行彼周行)

-기왕기래, 사아심구(旣往旣來, 使我心疚)

소동 마을, 대동마을 북과 바디 비어 있네.

성기게 짠 칡신 신고 서리라도 밟고 가겠네.

경박스런 사람들이 저 큰 길을 따라가네.

이미 갓다 다시 오니 이내 마음 아파오네.

-유렬궤천, 무침확신(有洌氿泉, 無浸穫薪)

-계계오탄, 애아탄인(契契寤歎, 哀我憚人)

-신시확신, 상가재야(薪是穫薪, 尙可載也)

-애아탄인, 역가식야(哀我憚人, 亦可息也)

산허리 차가운 샘에 나뭇단 적시지 마라.

잠 깨어 탄식하니 우리들만 구소롭네.

땔감 이미 베었으면 실어와야 할 터인데,

우리들만 수고하니 쉴틈이나 좀 주었으면.

-동인지자, 직로불래(東人之子, 職勞不來)

-서인지자, 찬찬의복(西人之子, 粲粲衣服)

-주인지자, 웅비시구(舟人之子, 熊羆是裘)

-사인지자, 백료시시(私人之子, 百僚是試)

동쪽 우리들은 고생해도 위로 못 받고,

서쪽 사람들은 옷차림도 화려하네.

뱃사공마저도 곰가죽 갖옷 입고,

가신의 자식들은 벼슬길에 나가네.

-혹이기주, 불이기장(或以其酒, 不以其漿)

-현현패수, 불이기장(鞙鞙佩璲, 不以其長)

-유천유한, 감역유광(維天有漢, 監亦有光)

-기피직녀, 종일칠양(跂彼織女, 終日七襄)

술을 갖다 대접해도 장물만큼 안 여기고,

길고 긴 패옥줄을 길다하지 않는다네.

하늘에는 은하수 구비구비 반짝이고.

직녀성 마라보니 종일토록 일곱번 옮겨 앉네.

-​수즉칠양, 불성보장(雖則七襄, 不成報章)

-환피견우, 불이복상(睆彼牽牛, 不以服箱)

-동유계명, 서유장경(東有啓明, 西有長庚)

-유구천필, 재시지행(有捄天畢, 載施之行)

일곱번 옮겨 앉아도 좋은 비단 짜지 못하고,

견우성 바라봐도 수레 끌지 못하네.

동쪽에는 샛별이 서쪽에는 장경성이 돋네.

굽은 천필 성좌 그물 같지만 하늘로만 떠다니네.

-유남유기, 불가이파양(維南有箕, 不可以簸揚)

-유북유두, 불가이읍주장(維北有斗, 不可以挹酒漿)

-유남유기, 재흠기설(維南有箕, 載欽其舌)

-유북유두, 서병지게(維北有斗, 西柄之揭)

남쪽에는 키 닮은 기성 키질을 할 수 없고,

북쪽에는 국자 닮은 북두칠성 술 떠 마실 수 없네.

남쪽의 저 기성은 우리 향해 혀 내밀고,

북쪽의 북두칠성 자루마저 서쪽으로 걸려 있네.

  1. 사월(四月)

어지러운 시대에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한탄하는 내용이다.

-사월유하, 유월조서(四月維夏, 六月徂署)

-선조비인, 호녕인여(先祖匪人, 胡寧忍予)

사월이라 여름 시작되고, 유월 들어 더위 가네.

조상님들 인정 없이 아를 이리 버려 참게 하나.

-추일처처, 백훼구비(秋日淒淒, 百卉具腓)

-​난리막의, 원기적귀(亂離瘼矣, 爰其適歸)

가을이라 서늘해지니, 온갖 풀이 다 시들어지네.

난리 만나 병들어 누우니, 그 어디로 돌아갈까?

-동일열렬, 표풍발발(冬日烈烈, 飄風發發)

-민막불곡, 아독하해(民莫不穀, 我獨何害)

겨울이라 매운 추위 회오리 바람 사납게 부네.

남들은 모두 무고하거늘, 나만 홀로 고생하네.

-산유가훼, 후요후매(山有嘉卉, 侯要侯梅)

-폐위잔적, 막지기우(廢爲殘賊, ​莫知其尤)

산에는 아름다운 나무, 밤나무 매화나무요,

이리도 짓밟아 놓고도 제 허물 모르누나.

-상피천수, 재청재탁(相彼泉水, 載淸載濁)

-아일구화, 갈운능곡(我日構禍, 曷云能穀)

저 샘물 바라보니 맑았다 흐렸다 하네.

내게 날마다 화가 미치니 언제나 나아질까?

-도도강한, 남국지기(滔滔江漢, 南國之記)

-진췌이사, 영막아유(盡瘁以仕, 寧莫我有)

도도한 장강과 한수 남쪽 나라 윤택하게 하네.

온 몸 바쳐 일해도 나를 알아주지 않네.

-비순비연, 한비여천(匪鶉匪鳶, 翰飛戾天)

-비전비유, 잠도우연(匪鱣匪鮪, 潛逃于淵)

보라매나 솔개 아니어서 하늘 높이 날 수도 없고,

잉어나 메기 아니어서 연못 깊이 숨을 수도 없네.

-산유궐미, 습유기이(山有蕨薇, 隰有杞桋)

-군자작가, 유이고애​(君子作歌, 維以告哀)

산에는 고사리와 고비, 진펄에는 구기자와 대추나무,

군자는 노래 지어 마음 속 슬픔을 하소연하네.

5권

북산지습(北山之什)

  1. 북산(北山)

어떤 관리가 부역에 종사하며 그 고달픔을 노래했다.

똑같은 신하인데 모든 일은 자신에게 몰려 부모조차 공양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

-​척피북산, 언채기기(陟彼北山, 言采其杞)

-해해사자, 조석종사(偕偕士子, 朝夕從事)

-왕사미고, 우아부모(王事靡盬, 憂我父母)

북산에 올라 구기자잎 뜯었네.

건장한 남자들이 조석으로 일하나,

나라 일 쉴 틈 없어 우리 부모 근심하시네.

-​부천지하, 막비왕토(簿天之下, 莫非王土)

-솔토지빈, 막비왕신(率土之濱, 莫非王臣)

-대부불균, 아종사독현(大夫不均, 我從事獨賢)

하늘 아래 천지 나라 땅 아닌 곳 없고,

물가 따라 그 끝까지 임금의 신하 아닌 것 없건만,

고루 쓰지 않아 나만 홀로 고달프네.

-사모팽팽, 왕사방방(四牡彭彭, 王事傍傍)

-가아미로, 선아방장(嘉我未老, 鮮我方將)

-여력방강, 경영사방(旅力方剛, 經營四方)

어떤 이는 편히 쉬고 어떤 이는 온갖 고생하며

나라일 보며, 어떤 이는 편히 누워 자며,

어떤 이는 쉴새없이 돌아다니네.

-혹연연거식, 혹진췌사국(或燕燕居息, 或盡瘁事國)

-혹식언재상, 혹불이우행(或息偃在牀, 或不已于行)

어떤 이는 남의 고생 모르고,

어떤 이는 처참하리 고생하고,

어떤 이는 편히 놀고 지내고,

어떤이는 나라일로 초췌하네.

​​​

-​혹부지규호, 혹참참구로(或不知叫號, 或慘慘劬勞)

-혹서지언앙, 혹왕사앙장(或棲遲偃仰, 或王事鞅掌)

어떤이는 즐거이 술 마시고,

어떤 이는 허물질까 마음졸이고,

어떤 이는 아무 말이나 막 하고,

어떤이는 하지 않는 일이 없네.

-​혹담락음주, 혹참참외구(或湛樂飮酒, 或慘慘畏咎)

-혹출입풍의, 혹미사불위(或出入風議, 或靡事不爲)

어떤 이는 환락에 빠져 진탕 마시고,

어떤 이는 잘못일까 두려워하고,

어떤 이는 들며날며 먹대로 지껄이고,

어떤 이는 하지 않는 일 없네.

2, 무장대사(無將大事)/큰 수레를 몰지마라

나라의 부역에 동원되는 괴로움을 노래했다고 전한다.

또는 어진 사람이 소인과 함게 일하다 해를 당하고 후회하며 지은 시라고도 한다.

-무장대거, 지자진혜(無將大車, 祗自塵兮)

-무사백우, 지자저혜(無思百憂, 祗自底兮)

큰 수레 몰지마라, 먼지만 일어나리.

온갖 시름 생각치 마라 자신만 병들리라.

-무장대거, 유진명명(無將大車, 維塵冥冥)

-무사백우, 불출우경(無思百憂, 不出于熲)

큰 수레를 몰지 마라, 먼지만 자욱히 일어나리.

온갖 시름 생각치 마라, 근심만 더 하리.

-무장대거, 유진옹혜(無將大車, 維塵雝兮)

-무사백우, 기자중혜(無事百憂, 祇自重兮)

큰 수레를 몰지 마라, 먼지만 덮어 쓰리라.

온갖 시름 생각치 마라, 근심만 더 하리라.

  1. 소명(小明)/작은 빛

전쟁터에 나간 사람이 한 해가 다 가도록 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을 노래했다.

-명명상천, 조림하토(明明上天, 照臨下土)

-아정조서, 지우구야(我征徂西, 至于艽野)

-이월초길, 재리한서(二月初吉, 載離寒署)

-심지우의, 기독대고(心之憂矣. 其毒大苦)

-염피공인, 체령여우(念彼共人, 涕零如雨)

-기불회귀, 외차죄고(豈不懷歸, 畏此罪罟)

밝고 밝은 하늘이 온 세상을 비추네.

나는 서쪽으로 길 떠나서 구야에 이르렀네.

이월 초하루 집을 나섰는데 여름 겨울 다 지났네.

마음의 근심이여 그 괴로움 독하구나.

두고 온 집사람 생각하니 눈물이 비오듯 하네.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으랴,

죄가 될까 두렵네.

-석아왕의, 일월방제(昔我往矣, 日月方際)

-갈운기환, 세율운막(曷云其還, 歲聿云莫)

-염아독혜, 아사공서(念我獨兮, 我事孔庶)

-심지우의, 탄아불가(心之憂矣, 憚我不暇)

-염피공인, 권권회고(念彼共人, 睠睠懷顧)

-기불회귀, 외차견노(豈不懷歸, 畏此譴怒)

예전에 내가 떠날 때는 해가 바뀌더니,

언제나 돌아갈까 아득한데 또 해가 저무네.

변방에 외로히 떠도는 몸 해야할 일은 왜 이리 많은가?

마음의 근심이여 쉴 틈 없이 시달리네.

두고 온 집 사람 생각하니 잊지 못해 돌아보며 애태우네,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으랴,

죄책이 두렵다네.

-석아왕의, 일월방오(昔我往矣, 日月方奧)

-갈운기환, 정사유축(曷云其還, 政事愈蹙)

-세율운막, 채소확숙(歲聿云莫, 采蕭穫菽)

-심지우의, 자이이척(心之憂矣, 自詒伊戚)

-염피공인, 흥언출숙(念彼共人, 興言出宿)

-기불회귀, 외차반복(豈不懷歸, 畏此反覆)

예전에 내가 떠날 때는 날 풀리던 때더니,

언제 돌아갈까 아득한데 일은 더욱 쌓이네.

이 해가 저물어서 다북쑥 뜯고 콩 딸텐데,

마음의 근심이여 스스로 제 몸을 원망하는구나.

두고 온 집사람 생각하니 자다가도 일어나네.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으랴,

다시 올까 봐 두렵다네.

-차이군자, 무항안처(嗟爾君子, 無恒安處)

-정공이위, 정직시여(靖共爾位, 正直是與)

-신지청지, 식곡이여(神之聽之, 式穀以女)

-차이군자, 무항안식(嗟爾君子, 無恒安息)

-정공이위, 호시정직(靖共爾位, 好是正直)

-신지청지, 개이경복(神之聽之, 介爾景福)

아아, 세상 관리들아!

편하게만 살지마라.

그대 지위 공손히 하여 곧은 사람 좋아하면,

신께서 들으시고 복록을 내리시리라.

아아, 세상 관리들아!

편히 쉬려 하지마라.

그대 지위 공손히 하여 곧은 사람 좋아하면,

신께서 들으시고 큰 복을 내리시리라.

  1. 고종(鼓鐘)/쇠북종

높은 지위에 있다가 죽은 이를 애도하며 부른 노래인 듯 하나 주희는 무엇을 읊은 시인지 알 수 없다 하였다.

-고종장장, 회수탕탕(鼓鐘將將, 淮水湯湯)

-우심차상, 숙인군자, 회윤불망(憂心且傷, 淑人君子, 懷允不忘)

댕댕댕 종 울리면 회수는 넘실대네.

근심하며 슬퍼하니 착한 군자여!

참으로 못 잊겠네.

-고종개개, 회수해해(鼓鐘喈喈, 淮水谐谐)

-우심차비, 숙인군자, 기덕불회(憂心且悲, 淑人君子, 其德不回)

댕댕댕 종 울리면 회수는 출렁이네.

근심하며 슬퍼하니 착한 군자여!

그 덕 다시 오지 않네.

-고종벌고, 회유삼주(鼓鐘伐鼛, 淮有三洲)

-우심차추, 숙인군자, 기덕불유(憂心且妯, 淑人君子, 其德不猶)

종을 치고 큰 북 울리면 물소리 삼주 돌아 흐르네.

근심하며 울적하니 착한 군자여!

남과 다른 그 덕이여.

-고종흠흠, 고슬고금(鼓鐘欽欽, 鼓瑟鼓琴)

-생경동음, 이아이남, 이약불참(笙磬同音, 以雅以南, 以籥不僭)

댕댕댕 종을 치고 비파 타며,

거문고 뜯고 생황 경쇠 소리내니,

아악과 남방음악 합주하며 피리춤이 잘도 맞네.

  1. 초초(楚茨)/가시나무

관리들이 나라에서 받은 땅으로 농사에 힘써 종묘의 제사를 받드는 것을 노래하였다.

시의 분위기가 좋은 것으로 보아 덕있는 통치자와 아랫사람들이 성심껏 일을 하던 시대에 쓰여진 시 같다.

-초초자초, 언추기극(楚茨者茨, 言抽其棘)

-자석하위, 아예서직(自昔何爲, 我蓺黍稷)

-아서여여, 아직익익(我黍與與, 我稷翼翼)

-아창기영, 아유유억(我倉旣盈, 我庾維億)

-이위주식, 이향이사(以爲酒食, 以饗以祀)

-이타이유, 이개경복(以妥以侑, 以介景福)

더부룩이 가시돋힌 남가새를 뜯는 일은,

옛날부터 하였지.

메기장 차기장 심으려고 기장이 무성하고 피도 잘 자라니,

창고가 가득 차며 노적가리는 많고 많네.

술과 떡을 장만하여 제사 지내며,

신주를 안치하고 술 권하니,

큰 복 받으리라.

-제제창창, 혈이우양(濟濟蹌蹌, 絜爾于羊)

-이왕증상, 혹박혹형(以往蒸嘗, 或剝或亨)

-혹사혹장, 축제우팽(或肆或將, 祝祭于祊)

-사사공명, 선조시황(祀事孔明, 先祖是皇)

-신보시향, 효손유경(神保是饗, 孝孫有慶)

-보이개복, 만수무강(報以介福, 萬壽無疆)

여럿이 왔다 갔다하며,

소고기 양고기 깨끗이 손질해,

사당에 가 제사 지내네.

가죽 벗겨 삶아내고 차려놓고 받쳐놓아,

축관이 고하니 제사준비 다 되었네.

조상님들 오셔서 혼령이 흠향하니,

후손에게 경사요 큰 복으로 보답하니,

만수무강 하리라.

-집찬적적, 위조공석(執爨踖踖, 爲俎孔碩)

-혹번혹적, 군부막막(或燔或炙, 君婦莫莫)

-위두공서, 위빈위객(爲豆孔庶, 爲賓爲客)

-헌수교착, 예의졸도(獻酬交錯, 禮儀卒度)

-소어졸획, 신보시격(笑語卒獲, 神保是格)

-보이개복, 만수유작(報以介福, 萬壽攸酌)

정성스런 음식을 제기에 가득 담으며,

굽기도 하고 지지기도 하여 온 정성을 다 하네.

큰 며느리 공손하게 그릇에 담고,

온갖 음식 풍성하니 빈객이 모여 앉아,

술잔 서로 권하니 예의에 맞고,

웃으며 담소함도 때에 알맞네.

혼령이 이르시어 큰 복으로 보답하니,

오래오래 살리라.

-아공선의, 식례막건(我孔熯矣, 式禮莫愆)

-공축치고, 조뢰효손(工祝致告, 徂賚孝孫)

-필분효사, 신기음식(苾芬孝祀, 神嗜飮食)

-복이백복, 여기여식(卜爾百福, 如幾如式)

-기제기직, 기광기칙(旣齊旣稷, 旣匡旣敕)

-영석이극, 시만시억(永錫爾極, 時萬時億)

정성스레 제사하여 예절을 다하니,

축관이 왔음을 제주에게 알려주네.

향기로운 제사 음식 신께서 드시고,

온갖 복을 내리시니 바라는대로 주시도다.

공손하고 올바르며 삼갔으니,

큰 복을 내리시어 억만년 가게 하리라.

​-예의기비, 종고기계(藝儀旣備, 鐘鼓旣戒)

-효손조위, 공축치고(孝孫徂位, 工祝致告)

-신구취지, 황시재기(神具醉止, 皇尸載起)

-고종송시, 신보율귀(鼓鐘送尸, 神保聿歸)

-제재군부, 폐철부지(諸宰君婦, 廢撤不遲)

-제부형제, 비언연사​(諸父兄弟, 備言燕私)

제사 차례 끝나고 종과 북을 울리니,

제주가 자리하면 축관이 제사의 끝을 알리고,

신께서도 취하셨네.

시종이 일어나 종을 쳐서 전송하니,

혼령이 돌아가네.

여러 하인 며느리들 지체없이 상 치우니,

여러 친척 형제들이,

사사로이 이야기 나누네.

-악구입주, 이수후록(樂具入奏, 以綏後祿)

-이효기장, 막원구경(以殽旣將, 莫怨具慶)

-기취기포, 소대계수(旣醉旣飽, 小大稽首)

-신기음식, 사군수고(神嗜飮食, 使君壽考)

-공혜공시, 유기진지(孔惠孔時, 維其盡之)

-자자손손, 물체인지(子子孫孫, 勿替引之)

안으로 자리 옮겨 풍악 울리고,

모두 복받고자 어울려 즐기니,

안주 모두 들여와 원망없이,

함께 기뻐하네.

모두가 취하고 배부르니,

아랫사람 윗사람 절하고,

신들도 즐기시어 자손들에게 장수함을 주시네.

법도를 따르고 예를 다하여,

극진하게 하였으니,

자자손손 끊임없이 번창하리라.

  1. 신남산(信南山)

제사를 노래한 시이다.

앞의 시와 비슷한 내용이다.

-신피남산, 유우전지(信彼南山, 維禹甸之)

-균균원습, 증손전지(畇畇原隰, 曾孫田之)

-아강아리, 남동기묘(我疆我理, 南東其畝)

첩첩이 솟은 저 남산은 우임금이 다스렸네.

들판 습지 개간하여 증손들이 농사지으니,

경계긋고 도랑치며 남동쪽으로 이랑을 내네.

-상천동운, 우설분분(上天同雲, 雨雪雰雰)

-익지이맥목, 기우기악(益之以霢霂, 旣優旣渥)

-기점기족, 생아백곡(旣霑旣足, 生我百穀)

하늘에는 온통 구름 뒤덮혀 눈이 펄펄 내리더니,

보슬비 따라 내려 온 땅을 촉촉히 적셔주어,

밭마다 족하니 온갖 곡식 삭이 트네 .

-강역익익, 서직욱욱(疆埸翼翼, 黍稷彧彧)

-증손지색, 이위주식(曾孫之穡, 以爲酒食)

-비아시빈, 수고만년(畁我尸賓, 壽考萬年)

흙 쌓아 밭두둑 돋우니 메기피장 잘도 자라네.

증손자 이를 거두어 술을 빚고 밥을 지어,

신주에게 올리고 손님 대접하니 만년토록 오래 살리.

-중전유로, 강역유과(中田有盧, 疆埸有瓜)

-시박시저, 헌지황조(是剝是菹, 獻之皇祖)

-증손수고, 수천지호(曾孫壽考, 受天之祜)

밭 가운데 움막 있고 밭 두둑엔 오이 열렸네.

껍질 벗겨 소금에 절여 조상님께 올리니,

증손은 오래 오래 살아 하늘의 복을 받겠네.

-제이청주, 종이성모(祭以淸酒, 從以騂牡)

-향우조고, 집기란도(享于祖考, 執其鸞刀)

-이계기모, 취기혈료(以啓其毛, 取其血膋)

맑은 술 부어놓고 붉은 소를 통째로 잡아,

조상님께 바치려고 방울칼을 손에 잡고,

털 뽑아 순색을 고하며 배를 갈라 피와 기름 받아내네.

-시증시향, 필필분분(是烝是享, 苾苾芬芬)

-사사공명, 선조시황(祀事孔明, 先祖是皇)

-보이개복, 만수무강(報以介福, 萬壽無疆)

이렇게 삼가 제상에 올리니 향기롭고 향기롭네.

제사를 잘 갖추었으니 조상님들 먼저 운감하시고,

큰 복을 내리시니 만수무강 하리라.

​​

6권

보전지습(甫田之什)

​나라의 관리가 토지를 받아 농사에 힘쓰고 토지신과 조상님께 제사 지내는 것을 노래했다.

노적가리는 가을에 추수하여 들판에 쌓아놓는 곡식더미를 말한다.

  1. 보전(甫田)/넓은 밭

-탁피보전, 세취십천(倬彼甫田, 歲取十千)

-아취기진, 식아농인(我取其陳, 食我農人)

-자고유년, 금적남묘(自古有年, 今適南畝)

-혹운혹자, 서직의의(或耘或耔, 黍稷薿薿)

-유개유지, 증아모토(攸介攸止, 蒸我髦土)

아득하게 뻗은 넓은 밭에서 해마다 많은 수확 있었네.

묵은 곡식 거두어서 농군들을 먹이니,

옛부터 해마다 풍년일세.

이제 남쪽 밭에 나가보니,

김매기 복돋우기 한창이고,

기장과 피도 잘 자라네.

한참을 머물러 쉬면서 우리 농부들 만나 위로하세.

-이아제명, 여아희양(以我齊明, 與我犧羊)

-이사이방, 아전기장(以社以方, 我田旣臧)

-농부지경, 금슬격고(農夫之慶, 琴瑟擊鼓)

-이어전조, 이기감우(以御田祖, 以祈甘雨)

-이개아직서, 이곡아사녀(以介我稷黍, 以穀我士女)

우리집 곡식과 우리집 희생양을 잡아,

토지신 사방신께 제사하네.

우리 농사 잘 되는 게 농부들의 경사로다.

거문고과 비파 타고 북을 치며,

신농씨를 맞이하여 단비를 기원하니,

우리 곡식 잘 되어서 우리 식솔 모두 길러주오.

-증손내지, 이기부자(曾孫來止, 以其婦子)

-엽피남묘, 전준지희(饁彼南畝, 田畯至喜)

-양기좌우, 상기지부(攘其左右, 嘗其旨否)

-화이장묘, 종선차유(禾易長畝, 終善且有)

-증손불노, 농부극민(曾孫不怒, 農夫克敏)

증손이 나오시니 아내와 자식들이,

남쪽 둑으로 점심을 가져오네.

권농관이 기뻐하며 이쪽저쪽 손에 들고,

맛있는지 살펴보네.

긴 이랑 잘 가꾼 벼 굽이치며,

풍성하게 잘 되었으니,

증손도 기뻐하여 농부들도 신명나네.

-증손지가, 여자여량(曾孫之稼, 如茨如梁)

-증손지유, 여지여경(曾孫之庾, 如坻如京)

-내구천사창, 내구만사상(乃求千斯倉, 乃求萬斯箱)

-서직도량, 농부지경(黍稷稻梁, 農夫之慶)

-보이개복, 만수무강(報以介福, 萬壽無疆)

증손의 가을추수 지붕만큼 다리만큼,

증손의 노적가리 모래톱 같고 언덕 같네.

천 개의 창고를 열고 만 개의 상자 구하니,

기장과 피, 벼와 수수 농부의 경사로다.

큰 복으로 보답하니 만수무강하리라.

  1. 대전(大田)/큰 밭)

농사짓는 사람들이 풍년에 감사하고 제사지내는 모습을 노래했다.

이 시는 앞의 시에 대한 대답으로 농부가 읊은 시라고 보는 이도 있다.

-대전다가, 기종기계(大田多稼, 旣種旣戒)

-기비내사, 이아담사(旣備乃事, 以我覃耜)

-숙재남묘, 파궐백곡(俶載南畝, 播厥百穀)

-기정차석, 증손시약(旣庭且碩, 曾孫是若)

큰 밭은 많이 심어야 하니 씨앗 고르고,

연장 챙겨 준비해야 일 할 수 있네.

잘 드는 쟁기로 남쪽 밭부터 갈아 엎어,

갖가지 씨앗을 뿌린다네.

돋아나는 싹이 고르고 크니,

증손도 만족하네.

-기방기조, 기견기호(旣方旣早, 旣堅旣好)

-불랑불유, 거기명등(不稂不莠, 去其螟螣)

-급기모적, 무해아전치(及其蟊賊, 無害我田穉)

-전조유신, 병비염화(田祖有神, 秉畀炎火)

이삭 피어 열매 맺어 영글게 잘 익어가니,

가라지 잡초도 나지 않았네.

명충 황충 제거하고,

해충 모두 잡아 어린 벼 다칠세라.

신농씨의 신령께서 벌레 잡아 태워 주소서.

-유엄처처, 흥우기기(有渰萋萋, 興雨祁祁)

-우아공전, 수급아사(雨我公田, 遂及我私)

-피유불확치, 차유불렴제(彼有不穫穉, 此有不斂穧)

-피유유병, 차유체수, 이과부지리(彼有遺秉, 此有滯穗, 伊寡婦之利)

뭉게구름 일어나서 주룩주룩 비가 내려,

우리 공전 적셔주고 우리 밭도 적셔 주네.

아직 베지 않은 늦곡식과,

거두지 않은 볏단 있으니,

남겨진 볏단과 떨어진 벼이삭은,

과부들이 주워가네.

-증손내지, 이기부자(曾孫來止, 以其婦子)

-엽피남묘, 전준지희(饁彼南畝, 田畯止喜)

-내방인사, 이기성흑(來方禋祀, 以其騂黑)

-여기서직, 이향이사, 이개경복(與其黍稷, 以享以祀, 以介景福)

증손이 나오시니 아내와 자식들이,

남쪽 밭이랑으로 점심 내어오네.

권농관 모두 기뻐하며 사방신께 제사 드리려,

검은 소 붉은 황소 잡아,

메기장 찰기장으로 밥 짓고 떡 만들어,

제향하고 제사하니 큰 복을 받으리라.

  1. 첨피낙의(瞻彼洛矣)/낙수를 바라보니

천자가 제후들을 낙읍에 모아놓고 군사훈련을 할 때 제후들이 천자의 덕과 복을 기려 노래한 시이다.

깊고 너른 저 푸른 낙수마냥 끝없는 복이 이어지라는 내용이다.

-첨피낙의, 유수앙앙(瞻彼洛矣, 維水泱泱)

-군자지지, 복록여자(君子至止, 福祿如茨)

-매갑유석, 이작육사(韎韐有奭, 以作六師)

저기 낙수를 바라보니,

물이 깊고 넘실거리네.

그대가 이르시니,

복록이 지붕 같네.

붉은 가죽옷을 입으시고

육군을 일으키시네.

-첨피낙의, 유수앙앙(瞻彼洛矣, 維水泱泱)

-군자지지, 비봉유필(君子至止, 鞞琫有珌)

-군자만년, 보기가실(君子萬年, 保其家室)

저기 낙수를 바라보니,

물이 깊고 넘실거리네.

그대가 이르시니,

칼과 칼집 화려하네.

그대는 만년토록 집안을 보존하리라.

-첨피낙의, 유수앙앙(瞻彼洛矣, 維水泱泱)

-군자지지, 복록기동(君子至止, 福祿旣同)

-군자만년, 보기가방(君子萬年, 保其家邦)

저기 낙수 바라보니,

물이 깊고 넘실거리네.

그대가 이르시니,

목록이 모여드네.

그대는 만년토록 나라를 보존하리라.

  1. 상상자화(裳裳者華)/아름다운 꽃

천자가 어떤 제후를 칭찬한 노래이다.

좌(左), 우(右)는 좌(佐), 우(佑)와 통하는 말로 '보좌한다'는 뜻이다.

-상상자화, 기엽서혜(裳裳者華, 其葉湑兮)

-아구지자, 아심사혜(我覯之子, 我心寫兮)

-아심사혜, 시이유여처혜(我心寫兮, 是以有譽處兮)

아름다운 꽃이여!

그 잎사귀 푸르구나.

그대를 만나 보고 이내 시름 쏟아내네.

이 내 시름 쏟아내니 즐겁고도 편안하네.

-상상자화, 운기황의(裳裳者華, 芸其黃矣)

-아구지자, 유기유장의(我覯之子, 維其有章矣)

-유기유장의, 시이유경의(維其有章矣, 是以有慶矣)

아름다운 꽃이여!

노란 빛깔 곱기도 하네.

그대를 만나 보니 법도가 딱 맞도다.

법도가 딱 맞으니 좋은 일이 있으리라.

-상상자화, 혹황혹백(裳裳者華, 或黃或白)

-아구지자, 승기사락(我覯之子, 乘其四駱)

-승기사락, 육비옥약(乘其四駱, 六譬沃若)

아름다운 꽃이여!

노란꽃 흰꽃 피었네.

그대를 만나 보네 네 필 가리온 말을 탔네.

네 필 가리온 말 타시니 여섯 고삐 부드럽네.

-좌지좌지, 군자의지(左之左之, 君子宜之)

-우지우지, 군자유지(右之右之, 君子有之)

-유기유지, 시이사지(維其有之, 是以似之)

왼쪽이면 왼쪽으로 그대 행동 마땅하고,

오른쪽이면 오른쪽으로 그대 법도 갖추었네.

이처럼 갖추었으니 속 마음도 같으실지라.

  1. 상호(桑扈)/고지새

천자가 제후에게 잔치를 베풀면서 제후들에게 부른 노래이다.

'상호'는 '청작새'라고도 한다.

-교교상호, 유앵기우(交交裳扈, 有鸚其羽)

-군자낙서, 수천지호(君子樂胥, 受天之祜)

지저귀는 고지새 그 깃이 아름답구나.

그대가 즐거워하니 하늘의 복 받으리라.

-교교상호, 유앵기령(交交裳扈, 有鸚其領)

-군자낙서, 만방지병(君子樂胥, 萬邦之屛)

지저귀는 고지새 그 목이 아름답구나.

그대가 즐거워하니 온나라의 울타리 되시네.

-지병지한, 백벽위헌(之屛之翰, 百辟爲憲)

-부즙불난, 수복불나(不蕺不難, 受福不那)

울타리 담장 되니 온갖 나라 본 받는다네.

가다듬어 화목하고 삼가 공경하니 복이 많기도 하네.

-시굉기구, 지주사유(兕觥其觩, 旨酒思柔)

-피교비오, 만복내구(彼交匪敖, 萬福來求)

굽은 쇠뿔잔에 넘치는 맛좋은 술 부드럽네.

오만하지 않으니 만복이 모이겠네.

  1. 원앙(鴛鴦)/원앙새

앞의 시에 대한 제후들이 천자에게 부른 노래이다.

-원앙우비, 필지나지(鴛鴦于飛, 畢之羅之)

-군자만년, 복록의지(君子萬年, 福祿宜之)

원앙새 날아들자 그물 쳐 자으려 하네.

그대는 만년토록 복록을 누리시리라.

-원앙재량, 즙기좌익(鴛鴦在梁, 蕺其左翼)

-군자만년, 의기하복(君子萬年, 宜其遐福)

원앙새 어살에서 왼쪽 깃 접고 있네.

그대는 만년토록 복이 끝이 없으리라.

-승마재구, 최지말지(乘馬在廐, 摧之秣之)

-군자만년, 복록애지(君子萬年, 福祿艾之)

타는 말 마굿간에 있어 여물과 꼴 먹이네.

그대는 만년토록 복록으로 늙으리라.

-승마재구, 말지최지(乘馬在廐, 秣之摧之)

-군자만년, 복록수지(君子萬年, 福祿綏之)

타는 말 마굿간에 있어 여물고 꼴 먹이네.

그대는 만년토록 복록으로 편안하리라.

  1. 규변(頍弁)/머리에 쓰는 고깔

형제와 친척, 친지들이 모여 잔치하며 부른 노래이다.

-유규자변, 실유이하(有頍者弁, 實維伊何)

-이주기지, 이효기가(爾酒旣旨, 爾殽旣嘉)

-기이이인, 형제비야(豈伊異人, 兄弟匪也)

-조여여라, 시우송백(蔦與女蘿, 施于松柏)

-미견군자, 우심혁혁(未見君子, 憂心奕奕)

-기견군자, 서기열역(旣見君子, 庶幾說懌)

머리에 의젓한 고깔은 무엇 때문에 썼는가?

네 술은 맛잇으며 네 안주도 좋으니,

어찌 우리가 남이겠는가?

남이 아닌 형제라오.

담쟁이와 토끼풀은 소나무에 얽히고 설키었네.

그대를 보지 못해 근심 걱정 쌓이더니,

그대를 뵙고 나니 한없이 기쁘다네.

-유규자변, 실유하기(有頍者弁, 實維何期)

-이주기지, 이효기시(爾酒旣旨, 爾殽旣時)

-기이이인, 형제구래(豈伊異人, 兄弟具來)

-조여여라, 시우송상(蔦與女蘿, 施于松上)

-미견군자, 우심병병(未見君子, 憂心怲怲)

-기견군자, 서기유장(旣見君子, 庶幾有臧)

머리에 의젓한 고깔은 무엇 때문에 썼는가?

네 술은 맛있으며 네 안주도 제철이니,

어찌 우리가 남이겠는가?

형제가 모였다네.

담쟁이와 토끼풀이 소나무에 얽히고 설키며 뻗었네.

그대를 보지 못해 근심 걱정 쌓이더니,

그대를 뵙고 나니 모두 다 좋다네.

-유규자변, 실유재수(有頍者弁, 實維在首)

-이주기지, 이효기부(爾酒旣旨, 爾殽旣阜)

-기이이인, 형제생구(豈伊異人, 兄弟甥舅)

-여피우설, 선집유산(如彼雨雪, 先集維霰)

-사상무일, 무기상견(死喪無日, 無幾相見)

-낙주금석, 군자유연(樂酒今夕, 君子維宴)

의젓한 가죽 고깔 머리에 쓰고 있네.

네 술은 맛있으며 네 안주도 푸짐하니,

어찌 우리가 남이겠는가?

형제가 친척 식구라오.

큰 눈 오기 전에 싸락눈 내리듯이 죽을 날이 다가오니,

서로 만날 날 얼마 되지 않네.

이 밤을 술 마시며 잔치 열어 즐겨보세.

  1. 거할(車舝)/수레 빗장

이 시는 결혼할 때 잔치 열며 즐기는 노래라고 한다.

-간관거지할혜, 사련계녀서혜(間關車之舝兮, 思孌季女逝兮)

-비기비갈, 덕음내괄(匪飢匪渴, 德音來括)

-수무호우, 식연차희(雖無好友, 式燕且喜)

굴대 빗장 빙빙 돌며 수레는 가네.

어여쁜 막내딸 시집가네.

배고프고 목마른 듯 좋은 이를 만나고 싶네.

좋은 벗이 멀리 있을지라도,

잔치하며 기뻐하리.

-의피평림, 유집유교(依彼平林, 有集維鷮)

-신피석녀, 영덕내교(辰彼碩女, 令德來敎)

-식연차예, 호이무사(式燕且譽, 好爾無射)

울창한 저 숲속에 꿩들이 모여 앉네.

이제 아리따운 아가씨 좋은 덕을 지니고 내게 오네.

잔치하며 기뻐하세,

그대 좋아하는 마음 변함 없으리.

-수무지주, 식음서기(雖無旨酒, 式飮庶幾)

-수무가효, 식식서기(雖無嘉殽, 式食庶幾)

-수무덕여녀, 식가차무(雖無德與女, 式歌且舞)

맛있는 술 달리 없어도 즐겁게 취하고,

좋은 안주 없다해도 배불리 먹어보세.

그대 같은 덕 없다지만 그대 함께 있으니,

노래하고 춤을 추리라.

-척피고강, 석기작신(陟彼高岡, 析其柞薪)

-석기작신, 기엽서혜(析其柞薪, 其葉湑兮)

-선아구이, 아심사혜(鮮我覯爾, 我心寫兮)

높은 언덕 올라가서 떡갈나무 베어오네.

떡갈나무 베다보니 그 잎사귀 무성하네.

그리던 그대를 만나면 이내 시름 가시겠네.

-고산앙지, 경행행지(高山仰止, 景行行止)

-사모비비, 육비여금(四牡騛騛, 六轡如琴)

-구이신혼, 이위아심(覯爾新昏, 以慰我心)

높은 산을 바라보며 큰 길을 끝없이 가네.

네 마리 말 달리는데 여섯 고삐 거문고 줄 같에.

그대 만나 혼인하니 내 마음 기쁘기 그지없네.

​9. 청승(靑蠅)/쉬파리

임금이 소인배의 참소 듣기를 좋아하자, 어진 신하가 참소하는 소리를 쉬파리에 비유하여 임금께서 경계하시길 노래하였다.

-영영청승, 지우번(營營靑蠅, 止于樊)

-기제군자, 무신참언(豈弟君子, 無信讒言)

윙윙대는 파리떼 울타리에 앉았네.

점잖으신 군자님 헐뜯는 말 믿지 마오.

-영영청승, 지우극(營營靑蠅, 止于棘)

-참인망극, 교란사국(讒人罔極, 交亂四國)

윙윙대는 파리떼 가시나무에 앉았네.

헐뜯는 이 끝이 없어 온 나라를 어지럽히네.

​-영영청승, 지우진(營營靑蠅, 止于榛)

-참인망극, 구아이인(讒人罔極, 構我二人)

윙윙대는 파리떼 개암나무에 앉았네.

헐뜯는 이 끝이 없어 우리 둘이 이간하네.

​10. 빈지초연(賓之初筵)/잔치

주희는 위나라의 무공이 술을 마시고 나서 뉘우치며 이 시를 지었다고 하였다.

옛날에 선왕들은 제사 지내기 전에 반드시 활을 쏘았다.

활쏘기를 끝내고 잔치하는 과정에서 술을 많이 마셔 예의를 잃는 것을 훈계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흥겹게 잔치하는 모습이 연을 바꾸어 계속 묘사되는 모습이 상상된다.

-빈지초연, 좌우질질(貧之初筵, 左右秩秩)

-변두유초, 효핵유여(籩豆有楚, 殽核維旅)

-주기화지, 음주공해(酒旣和旨, 飮酒孔偕)

-종고기설, 거수일일(種鼓旣設, 擧醻逸逸)

-대후기항, 궁시사장(大候旣抗, 弓矢斯張)

-​사부기동, 헌이발공(射夫旣同, 獻爾發功)

-발피유적, 이기이작(發彼有的, 以祈爾爵)

손님들이 모여 잔치가 시작되고,

좌우로 질서있게 앉았네.

나무그릇 많기도 하여,

안주 과일 쌓여 있고,

잘 빚어 맛좋은 술 둘러 앉아 마신다네.

쇠북소리 울려 퍼지면,

서로서로 술잔을 주고받네.

큰 과녁 세워놓고 활과 화살 갖다 놓았네.

활쏘는 이 모여들어 점수를 알리는데,

저 과녁에 적중하여 벌주 먹이려 애쓴다네.

-약무생고, 악기화주(籥舞笙鼓, 樂旣和奏)

-증간열조, 이흡백례(烝衎烈祖, 以洽百禮)

-백례기지, 유임유림(百禮旣至, 有壬有林)

-석이순하, 자손기담(錫爾純嘏, 子孫其湛)

-기담왈락, 각주이능(其湛曰樂, 各奏爾能)

-빈재수구, 실인입우(賓載手仇, 室人入又)

-​작피강작, 이주이시(酌彼康爵, 以奏爾時)

피리 춤에 생황과 북으로 풍악 울리니,

조상님들 즐겁게 하고 예법 하나 어김없네.

온갖 예의 모두 갖추어 크고도 성대하네.

큰 복을 내려주니 자손들이 즐거워하고,

즐거움이 무르익어각자 재주를 자랑하네.

손님들이 짝을 짓고 주인도 들어와,

또한 즐거워 하며 저 큰 잔에 술을 가득 부어,

명중한 걸 알려주네.

-빈지초연, 온온기공(賓之初筵, 溫溫其恭)

-기미취지, 위의반반(其未醉止, 威儀反反)

-왈기취지, 위의번번(曰旣醉止, 威儀幡幡)

-사기좌천, 누무선선(舍其坐遷, 屢舞僊僊)

-기미취지, 위의억억(其未醉止, 威儀抑抑)

-​왈기취지, 위의필필(曰旣醉止, 威儀怭怭)

-시왈기취, 부지기질(是曰旣醉, 不知其秩)

손님들이 모여 잔치가 시작될 때는,

모두 점잖고 공손하네.

취하지 않았을 때는 거동이 의젓하더니,

취한 뒤에는 경망해지네.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덩실덩실 춤을 추네.

취하지 않았을 때는 거동을 삼가하더니,

취해서는 허술해지네.

이미 한 번 취하면 질서를 지키지 못한다네.

-빈기취지, 재호재노(賓旣醉止, 載號載呶)

-난아변두, 누무기기(亂我籩豆, 屢舞僛僛)

-시왈기취, 부지기우(是曰旣醉, 不知其郵)

-측변지아, 누무사사(側弁之俄, 屢舞傞傞)

-기취이출, 병수기복(旣醉而出, 並受其福)

-취이불출, 시위벌덕(醉而不出, 是謂伐德)

-​음주공가, 유기영의(飮酒孔嘉, 維其令儀)

손님들이 취하여 소리지르고 떠들면서,

그릇들을 어지럽히고 비틀비틀 춤을 추네.

이미 한 번 취하면 허물을 모른다네.

의관이 삐뚤어지고 춤을 추며 법석을 떠네.

취하면 자리를 뜨면 함께 복 받으련만,

눌러앉아 덕망을 해친다네.

술 마셔도 좋은 것은 예의가 지켜질 때 뿐이네.

-범차음주, 혹취혹부(凡此飮酒, 或醉或否)

-기립지감, 혹좌지사(旣立之監, 或佐之史)

-피취부장, 불치반치(彼醉不臧, 不醉反恥)

-식물종위, 무비대태(式勿從謂, 無俾大怠)

-비언물언, 비유물어(匪言勿言, 匪由勿語)

-​삼작불식, 신감다우(三爵不識, 矧敢多又)

-유취지언, 비출동고(由醉之言, 俾出童羖)

대체로 같이 술을 마셔도,

어떤이는 취하고 어떤 이는 안 취하여,

감독하는 사람 두고 이를 돕게 하였으니,

술 취해 부린 추태 오히려 안 취한 이가 부끄럽네.

술 취해 하는 말 귿이 탓하지 말고,

지나친 실수 하지 않도록 하라.

취중에 하는 말이 숫양이 뿔 없다는 식이네.

석잔 술에 정신 잃으니 더 마시라 권하겠는가!

7권

어조지습(魚藻之什)

  1. 어조(魚藻)/물고기와 마름풀

천자가 제후들에게 잔치를 베풀 때 제후가 천자가 칭송하는 시라고 전한다.

암울한 유왕(幽王)의 시대 다음에 태평성대인 선왕(宣王) 때의 작품인 듯하다.

-어재재조, 유반기수(魚在在藻, 有頒其首)

-왕재재호, 개락음주(王在在鎬, 豈樂飮酒)

마름풀 사이로 노니는 물고기 머리 큼지막하네.

호경에 계신 왕께서는 즐겁게 술 마시네.

-어재재조, 유신기미(魚在在藻, 有莘其眉)

-왕재재호, 음주락개(王在在鎬, 飮酒樂豈)

마름풀 사이로 노니는 물고기 꼬리 길기도하네.

호경에 계신 왕께서는 술 마시며 즐겁다네.

-어재재조, 의우기포(魚在在藻, 依于其浦)

-왕재재호, 유나기거(王在在鎬, 有那其居)

마름풀 사이로 노니는 물고기 부들에 기대네.

호경에 계신 왕께서는 편안하게 지내시네.

  1. 채숙(采菽)/콩을 따다

제후가 천자에게 조회하는 모습을 노래했다.

앞의 시에 대해 천자가 답한 노래라고 한다.

-채숙채숙, 광지거지(采菽采菽, 筐之筥之)

-군자내조, 하석여지(君子來朝, 何錫予之)

-수무여지, 노거승마(雖無予之, 路車乘馬)

-우하여지, 현곤급보(又何予之, 玄袞及黼)

콩을 따네 콩을 따네.

네모난 광주리 둥근 광주리에 그대가 조회오니,

무엇을 내려줄까?

비록 줄 것이 없다해도,

큰 수레와 큰 말 또 무엇을 줄까.

검은 곤룡 저고리 수놓은 바지.

-필불함천, 언채기근(觱沸檻泉, 言采其芹)

-군자내조, 언관기기(君子來朝, 言觀其旂)

-기기비비, 난성혜혜(其旂淠淠, 鸞聲暳暳)

-재참재사, 군자소계(載驂載駟, 君子所屆)

펑펑 솟는 샘물가에 미나리를 뜯네.

그대가 조회오니 펄럭이는 깃발 보이네.

깃발이 펄럭이니 말 방울 소리 딸랑딸랑 울리네.

네 필 말 수레 몰고 그대가 이르네.

-적불재고, 사핍재하(赤芾在股, 邪幅在下)

-피교비서, 천자소여(彼交匪紓, 天子所予)

-낙지군자, 천자명지(樂只君子, 天子命之)

-낙지군자, 복록신지(樂只君子, 福祿申之)

다리에는 붉은 슬갑 그 밑에 행전 차고,

소홀함이 없음은 천자께서 내려주신 까닭이네.

즐거운 그대여 천자께서 임명하셨네.

즐거운 그대여 똑똑한 신하들이 뒤를 따라오네.

-유작지지, 기엽봉봉(維柞之枝, 其葉蓬蓬)

-낙지군자, 전천자지방(樂只君子, 殿天子之邦)

-낙지군자, 만복유동(樂只君子, 萬福攸同)

-평평좌우, 역시솔종(平平左右, 亦是率從)

갈참나무 가지에는 그 잎사귀 무성하네.

즐거운 그대여 천자를 받드는 기둥이라네.

즐거운 그대여 만복이 모이네.

좌우를 가리는 똑똑한 신하들이 뒤를 따라오네.

-범범양주, 불리유지(汎汎楊舟, 沸纚維之)

-낙지군자, 천자규지(樂只君子, 天子葵之)

-낙지군자, 복록비지(樂只君子, 福祿膍之)

-우재유재, 역시려의(優載游哉, 亦是戾矣)

둥실 뜬 버드나무 배 밧줄에 묶어 놓네.

즐거운 그대여 천자께서 살피시네.

즐거운 그대여 복록이 더욱 두터워지네.

의젓하고 한가로운 행차 이 곳에 이르렀네.

  1. 각궁(角弓)/뿔로 만든 활

왕이 종친들을 돌보지 않고 참소를 좋아하고 종친들이 서로 원망하는 노래라고 한다.

-성성각궁, 편기반의(騂騂角弓, 翩其反矣)

-형제혼인, 무서원의(兄弟昏姻, 無胥遠矣)

잘 다듬어 손에 익은 뿔활도 늦추면 튕겨지네.

형제 친척들은 서로 멀리 하지 말아야 하네.

-이지원의, 민서연의(爾之遠矣, 民胥然矣)

-이지교의, 민서효의(爾之敎矣, 民胥傚矣)

그대가 멀리 하면 사람들도 따라 그리하고,

그대가 가르치면 사람들도 따라 본받으리.

-차령형제, 작작유유(此令兄弟, 綽綽有裕)

-불령형제, 교상위유(不令兄弟, 交相爲癒)

사이좋은 형제들은 서로 너그럽게 지내나,

좋지 않은 형제들은 서로 비난하며 헐뜯네.

-민지무량, 상원일방(民之無良, 相怨一方)

-수작불양, 지우기사망(受爵不讓, 至于己斯亡)

선량하지 않은 백성들은 한쪽 편만 원망하여,

벼슬을 사양할 줄 모르니 망하게 되는구나.

-노마반위구, 불고기후(老馬反爲駒, 不顧其後)

-여식의어, 여작공취(如食宜饇, 如酌孔取)

늙은 말이 망아지인양 나중 일을 생각치 않네.

먹는데는 남보다 앞서고 혼자 많이 마시려 드네.

-무교노승목, 여도도부(毋敎猱升木, 如塗塗附)

-군자유휘유, 소인여속​(君子有徽猷, 小人與屬)

원숭이에게 나무 타기 가르침은,

진흙에 진흙을 덧바르는 일이네.

그대가 빛나는 도를 지나면 아랫사람들이 모두 따르리라.

-우설표표, 견현왈소(雨雪瀌瀌, 見晛曰消)

-막긍하유, 식거누교(莫肯下遺, 式居屢驕)

눈이 펑펑 쓷아져도 햇빛 보면 녹는 법이네.

몸을 숙여 베풀진 않고 지위 믿고 교만하네.

-우설부부, 견현왈류(雨雪浮浮, 見晛曰流)

-여만여모, 아시용우(如蠻如髦, 我是用憂)

눈이 펄펄 내리지만 햇빛 받으면 녹는 법이네.

오랑캐와 같은지라 나는 이로 인해 근심하네.

  1. 울류(菀柳)/울창한 버드나무

포악한 정치를 풍자한 노래이다.

임금이 포악하여 제후들이 조회를 오지 않으므로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모시서'에서는 유왕을 풍자한 시라고 하였다.

-유울자류, 불상식언(有菀者柳, 不尙息焉)

-상제심도, 무자일언(上帝甚蹈, 無自暱焉)

-비여정지, 후여극언(俾予靖之, 後予極焉)

울창한 버드나무 밑에서 쉬어 가지 않겠는가?

상제 심히 노하시니 스스로 삼가 행할지라.

내가 난리 다스려도 뒤에 가서 죽으리라.

-유울자류, 불상게언(有菀者柳, 不尙愒焉)

-상제심도, 무자채언(上帝甚蹈, 無自瘵焉)

-비여정지, 후여매언(俾予靖之, 後予邁焉)

울창한 버드나무 그늘 아래 쉬어 가지 않겠는가?

상제 심히 노하시니 스스로 병들지 말지어라.

내가 난리 다스려도 뒤에 가서 쫓겨나리라.

-유조고비, 역부우천(有鳥高飛, 亦傅于天)

-피인지심, 우하기진(彼人之心, 于何其臻)

-갈여정지, 거이흉긍(曷予靖之, 居以凶矜)

새가 훨훨 날아 하늘 끝까지 닿는 듯하네.

저 이의 마음은 어디까지 이를 것인가,

내가 난리 다스려도 위태롭게 살게 되리라.

  1. 도인사/서울 양반

주나라 서울로 시집가는 신부를 노래하였다.

서울의 신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훌륭하고 멋진 남자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모시서'에서는 주나라 사람의 옷이 옛날보다 못한 것을 풍자했다고 한다.

치포관은 검은 베로 만든 관을 말한다.

-피도인사, 호구황황(彼都人士, 狐裘黃黃)

-기용불개, 출언유장(其容不改, 出言有章)

-행귀우주, 만민소망(行歸于周, 萬民所望)

서울서 온 조 양반 누런 여우 갖옷 입고,

위엄있는 용모에 말도 조리있네.

이제 또 서울로 돌아가면,

만민이 우러러 받들겠네.

-피도인사, 대립치촬(彼都人士, 臺笠緇撮)

-피군자녀, 주직여발(彼君子女, 綢直如髮)

-아불견혜, 아심불열(我不見兮, 我心不說)

서울서 온 저 양반 사초삿갓 치포관 썼네.

저 군자님의 신부는 곧고 검은 머리 숱도 많네.

나는 다시 보지 못하리니 내 맘 달랠 길 없네.

-피도인사, 충이수실(彼都人士, 充耳琇實)

-피군자녀, 위지윤길(彼君子女, 謂之尹吉)

-아불견혜, 아심원결(我不見兮, 我心苑結)

서울서 온 저 양반 옥돌 구슬 귀막이 했네.

저 군자님의 신부는 윤길이라 부른다네.

나는 더시 보지 못하리니 내 마음 답답하구나.

-피도인사, 수대이려(彼都人士, 垂帶而厲)

-피군자녀, 권발여채(彼君子女, 券髮如蠆)

-아불견혜, 언종지매(我不見兮, 言從之邁)

서울서 온 저 양반 띠를 길게 드리웠네.

저 군자님의 자녀는 틀어올린 머리 전갈 같네.

나는 다시 보지 못하리니 그 뒤라도 따라갈까.

-비이수지, 대즉유여(匪伊垂之, 帶則有餘)

-비이권지, 발즉유여(匪伊券之, 髮則有旟)

-아불견혜, 운하우의(我不見兮, 云何䏏矣)

일부러 늘어뜨린 게 아니라 띠가 남아서이고,

일부러 틀어 올린게 아니라 머리 숱이 날려서이네.

나는 다시 보지 못하리니 어찌 가슴 아프지 않으리.

  1. 채록(采綠)/녹두를 따다

나라에 부역 나갔다가 약속한 날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가 부른 노래이다.

-종조채록, 불영일국(終朝采綠, 不盈一匊)

-여발곡국, 박언귀목(予髮曲局, 薄言歸沐)

아침 내내 녹두를 따도 한 웅큼도 되지 않네.

돌아가서 헝클어진 머리나 감아야 겠네.

-종조채람, 불영일첨(終朝采藍, 不盈一襜)

-오일위기, 육일불첨(五日爲期, 六日不襜)

아침 내내 뜯은 쪽풀 앞치마 한 자락이 차지 않네.

닷새날엔 오신다더니 엿세 되어도 보이지 않네.

-지자우수, 언창기승(之子于狩, 言䩨其繩)

-지자우조, 언륜지승(之子于釣, 言綸之繩)

님께서 사냥 가시면 활집에 활을 넣어 드리고,

님께서 낚시 가시면 낚시줄을 갖춰 드리겠네.

-기조유하, 유방급서(其釣維何, 維紡及鱮)

-유방급서, 박언관자(維紡及鱮, 薄言觀者)

낚은 것은 무엇인가 방어와 연어 잡으세요.

방어와 연어 잡은 것 구경하러 갈께요.

  1. 서묘(黍苗)/기장 싹

주나라 선왕이 신백(申伯)을 사(謝) 땅에 봉하고 목공을 불러 성을 쌓게 하였는데​ 그때 일을 노래 부른 것이다.

-봉봉서묘, 음우고지(芃芃黍苗, 陰雨膏之)

-유유남행, 소백노지(悠悠南行, 召伯勞之)

우북하게 자란 기장 싹은 궂은 비가 적셔주고,

머나먼 남쪽 가는 길은 소백께서 위로하시네.

-아임아련, 아거아우(我任我輦, 我車我牛)

-아행기집, 합운귀재(我行旣集, 蓋云歸哉)

등짐꾼 손구레꾼 소 몰아 큰 수레 끌던 이들,

이제 일이 끝났으니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아도아어, 아사아려(我徒我御, 我師我旅)

-아행기집, 함운귀처(我行旣集, 蓋云歸處)

걷는 이 수레탄 이 우리 군사 함께 가는 이들,

이제 일이 끝났으니 돌아가 편히 쉬리라.

-숙숙사공, 소백영지(肅肅謝攻, 召伯營之)

-열렬정사, 소백성지(烈烈征師, 召伯成之)

빈틈 없는 사읍의 일은 소백께서 다스리시며,

씩씩한 군사들을 소백께서 이끌어 이루셨네.

-원습기평, 천류기청(原隰旣平, 泉流旣淸)

-소백유성, 왕심칙녕(召伯有成, 王心則寧)

들판 진펄 평지되고 샘물 맑게 트이었네.

소백께서 이루시니 임금님 마음 편한하시리.

  1. 습상(隰桑)/진펄의 뽕나무

남녀의 짝사랑을 읊은 노래이다.

이 시는 정풍(鄭風)의 '비바람'과 비슷하다.

대개 옛 학자들은 '소아'에 들어있다고 연애시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시 속에 나오는 군자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모른다고 하였다.

-습상유아, 기엽유난(隰桑有阿, 其葉有難)

-기견군자, 기락여하(旣見君子, 旣樂如何)

진펄의 아름다운 뽕나무 그 잎사귀 무성해라.

우리 님을 만나뵈니 그 즐거움이 어떠하리.

-습상유아, 기엽유옥(隰桑有阿, 其葉有沃)

-기견군자, 운하불락(旣見君子, 云何不樂)

진펄의 아름다운 뽕나무 그 잎사귀 싱싱해라.

우리 님을 만나뵈니 어찌 아니 즐겁겠는가?

-습상유아, 기엽유유(隰桑有阿, 其葉有幽)

-기견군자, 덕음공교(旣見君子, 德音孔膠)

진펄의 아름다운 뽕나무 그 잎사귀 검푸르네.

우리 님을 만나뵈니 정다운 약속 굳게 언약하네.

-심호애의, 하불위의(心乎愛矣, 遐不謂矣)

-중심장지, 하일망지(中心藏之, 何日忘之)

속으로는 사랑하면서 어찌해서 말 못하나,

속으로만 품고 있거늘 어찌 하루라도 잊으리까?

  1. 백화(白華)/왕골

'모시서'에서는 유왕이 신후를 내치고 포사를 총애하자, 제후국에서도 서자가 적자가 되고 첩이 본처가 되는 세상이 되었으므로 주나라 사람이 이를 풍자하였다.

이 해석은 좀 억지스럽고, 이 시는 집안 사정을 돌보지 않고 이리저리 유랑하는 남편을 원망하는 아내의 노래로 보는 게 좋겠다.

-백화관혜, 백모속혜(白華管兮, 白茅束兮)

-지자지원, 비아독혜(之子之遠, 俾我獨兮)

왕골은 물에 담궜다가 흰 띠풀로 묶는다네.

그대 멀리 가버리고 나만 홀로 외로울 줄이야.

-영영백운, 노피관모(英英白雲, 露彼菅茅)

-천보간난, 지자불유(天步艱難, 之子不猶)

둥실 뜬 흰구름 왕골 띠풀에 이슬 내린다네.

시국이 어렵거늘 그대는 어이하여 오지 않나.

-표지북류, 침피도전(滮池北流, 浸彼稻田)

-소가상회, 염피석인(嘯歌傷懷, 念彼碩人)

연못은 북쪽으로 흘러 저기 벼를 적신다네.

가슴 아파 부르는 휘파람 그대 생각에 야위네.

-초피상신, 앙홍우심(樵彼桑薪, 卬烘于燖)

-유피석인, 실로아심(維彼碩人, 實勞我心)

뽕나무 가지 잘라다가 내 화덕에 불만 피우네.

아아! 그대여 내 마음을 정말 괴롭게 하네.

-고종우궁, 성문우외(鼓鐘于宮, 聲聞于外)

-염자조조, 시아매매(念子懆懆, 視我邁邁)

궁 안에서 치는 종도 문 밖까지 들린다네.

그대 생각 간절한데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나.

-유추재량, 유학재림(有鶖在梁, 有鶴在林)

-유피석인, 실로아심(維彼碩人, 實勞我心)

물수리는 어살에 살고 두루미는 숲에 사네.

아아! 그대여 내 마음을 정말 괴롭게 하네.

-원앙재량, 집기좌익(鴛鴦在梁, 戢其左翼)

-지자무량, 이삼기덕(之子無良, 二三其德)

원앙새는 어살에서 윈쪽 날개 접어두고 있네.

야속한 그대여 어이 정을 여기저기 주는가.

-유편사석, 이지비혜(有扁斯石, 履之卑兮)

-지자지원, 비아저혜(之子之遠, 俾我疷兮)

밟고 오르는 디딤돌도 밟아서 낮아지네.

그대가 멀리 떠나 나를 병들어 슬프게 하네.

  1. 면만황조(綿蠻黃鳥)/꾀꼬리

부역 나가는 사람이 혹시 관리가 자기에게 명령을 내려 수레를 타고 돌아가라고 했으면 하는 바램을 표현했다.

-면만황조, 지우구아(綿蠻黃鳥, 止于丘阿)

-도지운원, 아로여하(道之云遠, 我勞如何)

-음지식지, 교지회지(飮之食之, 敎之誨之)

-명피후거, 위지재지(命彼後車, 謂之載之)

작은 꾀꼬리가 저기 저 언덕에 앉아 있네.

갈 길은 멀고도 머니 이내 고생 어떠하리.

술과 음식 내어주고 간곡하게 가르치며,

저 뒷수레에 타고 가라 명하시지는 않을까.

-면만황조, 지우구우(綿蠻黃鳥, 止于丘隅)

-기감탄행, 외불능추(豈敢憚行, 畏不能趨)

-음지식지, 교지회지(飮之食之, 敎之誨之)

-명피후거, 위지재지(命彼後車, 謂之載之)

작은 꾀꼬리가 저기 저 언덕 구석에 앉아있네.

어찌 지체하랴마는 두려워 빨리 도달하지 못하네.

술과 음식 내어주고 간곡하게 가르치며 저 뒷수레에,

타고 가라 명하시지는 않을까.

-면만황조, 지우구측(綿蠻黃鳥, 止于丘側)

-기감탄측, 외불능극(豈敢憚側, 畏不能極)

-음지식지, 교지회지(飮之食之, 敎之誨之)

-명피후거, 위지재지(命彼後車, 謂之載之)

작은 꾀꼬리가 저기 저 언덕 옆에 앉아있네.

어찌 지체하랴마는 두려워 빨리 도달하지 못하네.

술과 음식 내어주고 간곡하게 가르치며,

저 뒷수레에 타고 가라 명하시지는 않을까.

  1. 번번호엽(幡幡弧葉)/박 잎

​​​잔치하며 술마시는 장면을 노래한 시이다.

-번번호엽, 채지형지(幡幡狐葉, 采之亨之)

-군자유주, 작언상지(君子有酒, 酌言嘗之)

펄럭이는 박잎을 따 삶아서 안주 만들고,

그대가 술 내오니 잔에 담아 맛을 보네.

-유토사수, 포지번지(有兎斯首, 炮之燔之)

-군자유주, 작언헌지(君子有酒, 酌言獻之)

머리 흰토끼를 그을러 구워 안주 만들고,

그대가 술 내오니 잔에 담아 올린다네.

-유토사수, 번지적지(有兎斯首, 燔之炙之)

-군자유주, 작언작지(君子有酒, 酌言酌之)

머리 흰토끼를 그을러 구워서 꿰워놓고,

그대가 술 내오니 잔에 담아 권한다네.

-유토사수, 번지포지(有兎斯首, 燔之炮之)

-군자유주, 작언수지(君子有酒, 酌言醻之)

머리 흰토끼를 굽고 그슬려 안주 만들고,

그대가 술 내오니 잔에 담아 서로 권하네.

​12. 점점지석(漸漸之石)/깎아지를 듯 솟은 바위

전쟁 나간 병사들의 괴로움을 노래하였다.

험한 지형에 큰 비마저 오니 한번 편안히 쉴 틈이 없다.

옛날에는 돼지가 물을 건너거나 달이 필성에 걸리면 큰 비가 내린다고 믿었다.

-점점지석, 유기고의(漸漸之石, 維其高矣)

-산천유원, 유기노의(山川悠遠, 維其勞矣)

-무인동정, 불황조의(武人東征, 不皇朝矣)

깎아지른 듯 솟은 바위 높기도 높구나.

산천이 아득하니 갈수록 고생이네.

동쪽으로 전쟁 나와,

하루 아침도 쉴 틈이라곤 없네.

-점점지석, 유기졸의(漸漸之石, 維其卒矣)

-산천유원, 갈기몰의(山川悠遠, 曷其沒矣)

-무인동정, 불황출의(武人東征, 不皇出矣)

깎아지른 듯 솟은 바위 험하기도 험하네.

산천이 아득하니 언제나 끝이 날까.

동쪽으로 전쟁 나와 벗어날 겨를이라고는 없네.

-유시백척, 증섭파의(有豕白蹢, 烝涉波矣)

-월리우필, 비방타의(月離于畢, 俾滂沱矣)

-무인동정, 불황타의(武人東征, 不皇他矣)

발굽 하얀 산돼지가 때 지어 물 건너고,

달이 필성에 걸리었으니 큰 비가 내리겠네.

동쪽으로 전쟁 나와 탄식할 틈조차 없네.

  1. 초지화(苕之花)/능소화

살기 어려운 세상을 한탄한 노래이다.

양은 마르면 머리가 커보이고 고기가 잡히지 않은 통발에는 하늘의 벌이 비친다는 내용이다.

-초지화, 운기황의(苕之花, 芸其黃矣)

-심지우의, 유기상의(心之憂矣, 維其傷矣)

능소화 노란꽃이 많이도 피었구나.

마음에 근심 걱정 가슴이 아프네.

-초지화, 기엽청청(苕之花, 其葉靑靑)

-지아여차, 불여무생(知我如此, 不如無生)

능소화 잎사귀는 푸르기도 하네.

내 이럴 줄 알았다면 태어나지 말것을.

-장양분수, 삼성재류(牂羊墳首, 三星在罶)

-인가이식, 선가이포(人可以食, 鮮可以飽)

양은 머리만 크고 삼성이 통발에 떴네.

모두 먹고 산다지만 배부른 적 드무네.

  1. 하초불황(何草不黃)/어느 풀인들 시들지 않으랴

주나라가 망하는데도 부역이 끊이지 않자, 부역에 끌려간 사람들이 이 시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하초불황, 하일불행(何草不黃, 何日不行)

-하인부장, 경영사방(何人不將, 經營四方)

어느 풀인들 시들지 않으랴,

어느 날인들 가지 않으랴.

어느 누군들 끌려가지 않으랴,

사방을 다스린다면서.

-하초불현, 하인불긍(何草不玄, 何人不矜)

-애아정부, 독위비민(哀我征夫, 獨爲匪民)

어느 풀인들 마르지 않으랴,

어느 누군들 병들지 않으랴.

슬프구나 병사들이여,

우리는 백성 아니던가.

-비시비호, 솔피광야(匪兕匪虎, 率彼曠野)

-애아정부, 조석불가(哀我征夫, 朝夕不暇)

외뿔소도 호랑이도 아니건만,

어찌 고아야를 헤매는가.

슬프구나 병사들이여,

아침이고 저녁이고 쉴 틈 없네.

-유봉자호, 솔피유초(有芃者狐, 率彼幽草)

-유잔지거, 행피주도(有棧之車, 行彼周道)

꼬리 긴 저 여우 풀숲을 쏘다니네.

사다리 달린 수레 끌고,

이리저리 큰 길을 가야 하네.

출처: https://m.blog.naver.com/moowon0112/222749685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