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거위 노트 (redgoose note)

오태민의 비트코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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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내용이 좋아서 정독하고 읽어보고 인상깊어 보관하고싶은 마음에 긁어왔다.
유튜브 커뮤니티는 링크공유가 안되기에 내용을 퍼온것이다. ㅠㅠ


비트코인의 시간

비트코인 코드로 개발을 하면서 간혹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코드가 확실히 후졌다라는 ~~

흔히 2주마다 난이도가 변경된다고 알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시간을 사용한다. 즉 블록당 평균 10분이므로 2100여개의 블록이 쌓이는데 평균 2주가 걸린다는 거다. 그런데 해시가 갑자기 증가해서 블록당 1분밖에 안걸리면 하루만에 난이도 조절이 일어난다.

그런데 난이도가 해시레이트에 비례해서 바로 올라가지 않는다. 점진적으로 수정된다.

그래서 클레이크 라이트가 초기에 70대의 컴으로 채굴했다고 거짓뽀롱을 한게 가소로운거다.

요새 컴으로 난이도 1(제너시스난이도)로 채굴하면 대략 1000여개의 코인이 바로 쏟아져 들어온다. 컴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사토시는 제너시스를 채굴하는데 일주일나 걸렸다.
컴 70대로 했으면 아마도 몇일만에 10만개 이상은 채굴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2100블록이 채굴되고 바로 컴 70대에 맞추어서 10분마다 채굴되도록 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난이도 조절 자체가 점진적이기 때문에 컴 70대의 위력라면 난이도가 걸맞게 올라가기 전까지 상당히 오랫동안 10초당 한 블럭 정도 채굴이 가능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나온 모든 숫자는 완전히 예전 기억을 되새기는 가상의 수치이므로 퍼옮기면 안됨요)

이런 점진성은 프로그램 오류로 여겨지곤 한다.
왜냐하면 2018년 비트코인과 암호화폐가 폭락했을 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채굴자들이 채굴기를 껐었고 해시레이트가 갑자기 낮아졌음에도 시스템이 바로 반응을 하지 못하니 블록 하나가 만들어 지는데 1시간 2시간이 예사롭지 않게 걸렸다.

언론에서는 비트코인이 악순환에 들어갔다고 좋아라 했다.
가격이 내려가니 채굴자들이 스위치를 끄고 헤시레이트가 낮아지고 난이도가 조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블록타임이 증가하고 블록타임이 증가하니 난이도 조절까지 한달이 소요되고 한달이 지나도 바로 적응하는 게 아니고 점진적으로 반응하게되고 낮아진 헤시레이트에 10분당 채굴로 정상화 되기까지 몇 달이 걸릴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버리고
그러면그럴수록 컨펌이 안 난다는 이유로 가격이 더 떨어지고 가격이 더 떨어지면 헤시레이트가 더 내려가고 그러면 난이도 조절까지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고

그래서 결국 비트코인은 망했다! (이론적으로는)

왜 사토시 나카모토는 10개 블록마다 난이도가 바로바로 적응하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그럼 이런 악순환이라는 시나리오가 가능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이점에 대해서 여러 이론가들이 저마다 썰을 풀었지만 속시원한 답은 없었다. 다만 초창기 비트코인의 프로그램상의 한계를 고치기 보다는 그것을 일종의 고정불변의 특성으로 간주하고 이보다 훨씬 환경에 민감한 사이드체인 레이어들이 비트코인을 보완 혹은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거라는 식으로 생각이 수렴했다.

나는 이번 루나 사태를 보면서 비트코인의 시간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시스템이 외부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면 적대적 환경에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손쓸 틈 없이 시스템이 소수의 강자에게 장악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얼마 안되는 헤시레이트였을 시절 강력한 파워로 헤시레이틀 올리면 난이도가 바로 올라가고 이를 꺼버리면 난이도가 바로 내려가는 식이 될 터인데 아무 문제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이런 민첩한 반응은 천재적인 해커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지대로 바로바로 시스템이 변경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서 이를 이용하면 치명적인 공격을 할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사토시나카모토는 난이도와 블록타임이 환경의 변화에 더디 적응하도록 만들면서 소수의 파워센타가 시스템을 조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토록 하였다. 그들 입장에서도 뭔가 조치를 취하고 나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속이 터질 것이다.

대신 대중들이 아 비트코인 왜 이렇게 느려 하면서 가격이나 난이도에 적응하는 편을 택했다.

즉 가격이 내려가고 컨펌이 늦게 나는 그런 후진 비트코인에 대중과 시장이 한동안 적응하도록 한 것이다.

극악의 적대적인 공격이나 악마적으로 적대적인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을 목적에 두지 않았다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아직 내 머릿속에서도 뚜렷이 의식화되지는 않았지만 비트코인은 소수의 공격에 짧은 시간에 가루가 되는 것을 피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본다. 대신 어느 가격 대이건간에 어느 컨펌 속도건 간에 대중과 시장이 못난 비트코인을 못난대로 수용하고 한동안 비트코인의 느려터진 환경적응에 대중이 맞추도록 만들었다.

단지 내 생각이지만 머리가 엄청 좋은 천재들이 루나사태의 마지막 순간 먼지가 되는 특이점을 연구하다보면 비트코인의 이 특성의 잠재력이 새롭게 조명될 것으로 본다.
즉 비트코인은 구경꾼들이 어 어~ 하는 짧은 순간에 손써볼 겨를 없이 수직낙하며 추락하는 비행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식 자전거라서 핸들이 휘면 세워놓고 망치로 때리면서 고정시키고 일단 가는 곳까지 페달을 밟으며 계속 가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그게 뭔 자전거냐고 욕도 처먹고 스스로 생각도 하면서 가도록 되어 있다.

굳이 루나와 비교하자면 먼지가 되어버릴 수 있는 특이점 대신 상당히 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 생태계를 선택한 셈이다.

이것은 소수의 헌신적인 커뮤너티가 소수의 맹렬한 공격자들과의 싸움에서 순식간에 패배하지 않게 하면서 타격을 입으면 입은 채로 다시 진지를 구축하고 지구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신의 한수였던거 같다.

이 생각을 쉽게 말하자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서도)
테라의 ust가 0.1달라가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0.1달러 ust에 시장이 어느 정도 적응할 시간을 주었었다면 한동안은 욕을 처먹고 조롱은 당했겠지만서도
‘1달러 페깅을 바로 회복하지 않으면 망하게 되어버린다는 강박’에서 투자자들이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생태계 전체가 순식간에 추락하는 대신 잠시 시스템을 세워두고 고쳐가면서 투자자들을 달래고 루나에 미친 핵심 커뮤너티가 대응할 수 있는 너무나 귀중한 ‘시간’이라는 것이 생겼을 거라는 말이다.


출처:
지혜의 족보 유튜브 커뮤니티 https://www.youtube.com/channel/UCzGUaygjUeV-Zm_DRuFS0pA/commu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