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거위 노트 (redgoose note)

예술이라는 주제의 포스트에서 얻은 댓글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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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업하고 있는 장르나 표현방법에서 해답을 찾기위한 중요한 역할을 해줄거같다.
꽤 충격받았네… ㅠㅠ

“흔히 밥아저씨가 그린 그림이 비쌀 거 같지만, 미술계에선 그걸 액자그림이라며 수준 낮게 봅니다. 왜냐하면 현대 미술은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나 정형화 된 양식이 아니라 기획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죠.
현대의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얼마나 잘 하느냐의 테크닉 보단 얼마나 기발하고 기존의 방식에서 독창적으로 벗어나 비판적이느냐의 문제가 더 큰 가치를 갖습니다.

흔한 예로, 뒤샹의 변기가 예술인 이유는, 변기가 예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게 아니라 미술관 전시실에 변기라는 어울리지 않는 오브젝트의 충격 때문입니다.
변기가 화장실에 있을 때와 다르게 미술관 전시실에 있을 때는 전혀 다른 낯선 물건으로 탈바꿈하죠. 이런 아이디어가 예술이 되는 것입니다.
기존 미술에 대한 통념을 향해 던지는 충격.

이것을 이해하려면 기존 미술, 미학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대중들이 쉽사리 이해 못하는 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기술보다 기획(아이디어)가 더 미학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

“줄진가오스//
이런 가정 자체가 상당한 불신을 전제하는데요. 현실적으로 세살짜리가 그렸다는 것을 증명할수도 없거니와 그런일이 있어도 알지 못하는데, 굳이 저런 전제를 한다는 것은 단지 '기술'적인 측면만 가지고 세살짜리 수준으로 그림의 수준을 측정하는 생각이 있지 않나 합니다.

좀 다른 예를 들겠습니다. 모짜르트의 악보를 연주하는데 가장 정확하고 잘하는 것은 컴퓨터겠죠. 하지만 왜 사람이 연주하는 것을 가치있게 여길까요?
바로 연주자의 곡에 대한 해석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연주자마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곡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다 다르고 나름의 고민이 있기 때문이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그러죠. 노래를 잘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개성있게 하느냐가 문제라고. 음이 틀리고 박자가 밀리지만 이상하게 듣기 좋다면, 그게 좋은 거죠.

짧은 지식으로 배운 미술사에서 새로운 작가라고 주목 받는 계기는 그림을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다르게 인식하는 방법에서 오는 발견의 지점입니다.
정면만 그리던 정물화가 다른 방향에서 보이는 사과를 한 정물화에 그리거나, 다른 시간대의 대상을 그리거나, 그림에 대한 사실이 아니라 인상을 그리는 인상파나,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하이퍼 리얼(실재의 경계를 허무는)이나.
이런 새로운 발견의 지점이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아래의 댓글을 읽다가 본 건데, 예술은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시장의 논리, 상품의 논리입니다.

작가들은 기존의 사고를 깨기 위해 고민합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이 고민을 이해하고 간파하려면, 독자도 어느 정도의 사색이 필요합니다.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고민이라고 해서, 헛소리나 있어보이는 놈들의 유희로 취급하면.....
예술은 다수결이 아닙니다.

물론,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이라는 것에 일부 동의합니다.
돈 = 미학적 가치 도 아니고, 돈이 있어야 작품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도 아니죠.”

——

“그림그리는 사람입장에서 토끼의 묘 님의 말에 공감합니다.
/케로키
케로키님 오해하시는게 있는거 같은데, 예술이라는건 결국 자신의 사고와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지 많은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수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는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징그럽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느낌있다고 좋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로테스크한 작품이 소수에게 인정받지만 예술이라고 인정받습니다. 예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라면 작가의 개성등은 무시되겠지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았을 때 공감하고 같은 시각으로 보는 것이 예술이라는것은, 토끼의묘님이 말씀하셨듯이 시장의 논리입니다.
물론 그림이 부자들, 돈있는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돈을 넘겨주기 위한 수단인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마다의 개인차이도 있겠지만, 작가는 그저 자기 감정, 느낌을 '표현' 하고 싶을 뿐, 그것이 남들눈에 어떻게 비춰지는지는 큰 고려를 하지 않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저그림의 작가가 어떤 부류일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그걸 일반인들에게 예술성을 느껴! 하고 강요하고 무시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 이들이 더 소수인걸요. 그들은 자신들의 '눈'과, 판단 기준으로 그림을 보는 것입니다.
사람들 각각 자신이 보는 '눈'이 있습니다. 자라온 환경에 따라, 경험에 따라, 배경지식에 따라 이 '눈'은 다르게 보이는 것이고 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

“우선, 진지하신 태도에 답글을 다는 게 예의이고, 이해할만한 의문이라 이렇게 다시 답글을 답니다.

우선 극단적인 가정은, 미술사나 예술사에 대한 지식 없이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논외로 하고.

타 학문과의 비교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가장 주도권을 가진 학문은 경영학입니다.
얼마나 적은 투자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문제이죠.
말씀대로, 얼마나 실용적인가에 부합하는 학문입니다.
이른바 취업에 유리한 학과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이 있거나, 실용적이거나.
그런데 왜 예술(미술)은 유독 반대로 가는가?

예술이 가치가 있는 것은 바로 그 지점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지 않아도 살 수 있고, 소설을 몰라도 시를 읽지 않아도, 그림을 보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예술은 '쓸데 없는 짓'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학적인 '쓸데 없는 짓'이죠.

바로 그것입니다.

다시 가정해보겠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는 삶, 드라마나 소설 시를 읽지 않는 삶, 미술을 접하지 않고 음악을 듣지 않는 삶.
오로지 돈만 벌고, 수익 계산하면서 재산을 불리고,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가기 위한 것이 전부인 삶.

예술이 지향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좀 알겠습니까?

쓸 데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삶.
더 나아가, 남들과 다른 취향을 추구하고
더 나아가, 매니아의 세계에 접어들고
더 나아가, 남들이 발견 못한 지점을 발견하고
그것이 연봉을 올리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즐거워하는 것.
-이 발견의 지점에 따라 예술, 철학, 다른 학문이나 취미로 분류되지만-
예술이 지향하는 지점이 그것입니다.

소더비 경매는 물론 예술의 경연이 아니라 부자들의 경연이지만,
저 금액이 저 작품의 가치를 대변하지 못하지만,
단순히 기술적이고 금액이 터무니 없다는 문제로 작품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출처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712&l=92699